[취재기] 연극 '남자충동' 20년이 지났어도 사라지지 않는 부당한 권력

연극 ‘남자충동’이 1월 19일 오후 2시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연습현장에는 배우 류승범과 박해수를 비롯한 전 출연진이 하이라이트 시연 및 질의응답에 참석했다.
 
연극 ‘남자충동’은 연출 조광화의 20년 전 작품으로 강해져야만 했던 가부장적인 남자들이 폭력성향으로 인해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작품은 독재정권에서 살아내야 했던 그 시대 아버지들의 좌절과 무력감이 충동적 폭력을 행사했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1997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백상예술대상에서는 희곡상과 대상, 서울연극제는 희곡상 등을 휩쓸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수작으로 알려져 있다.    

 

연출 조광화는 “현재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지고 때리는 아버지가 사라지는 것 같은데 착시현상이다. 박정희의 망령이 더 무섭게 살아있어서 개인을 더 억압하고 있다. 개발독재시대는 부당한 권력에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바뀌었다. 이 작품은 왜 폭력에 빠지는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작품의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어 “작품을 썼던 20년 전에는 연극에 폭력적 소재가 없었다. 지금은 가부장의 속성이 망령처럼 숨어 있어서 폭력이 난무하고 소재로는 식상하다. 해마다 무대에 올리고 싶었지만, 배우를 찾는 것이 난관이었다”고 전했다.

 

연극 ‘남자충동’은 20년 전과 달라진 시대의 변화에 고심했다. 트랜드에 맞춰가는 관객들에게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폭력은 시대에 뒤떨어진 옛 소재로 느껴질 수 있다. 연출 조광화는 관객과 소통하는 것에 집중하고 폭력의 시대가 끝났을까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는 “요즘은 사랑도 아파지기 전에 헤어진다. 극단적이거나 과한 격정을 불편해하기도 한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거친 매력의 배우가 없다. 배우는 부드러워지고 공연은 다정다감해졌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류승범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허풍이 주인공과 닮았다”며 몇 차례 프로포즈했던 사연을 전했다. 같은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에 대해서는 “처음 만났을 때 둔해 보이길래 둔한 역을 시켰다”고 말해 장내를 웃게 했다. 그러나 이내 “센스있고 부드러운 면이 있더라”며 작품을 맡긴 사연을 전했다.

 

 

이에 배우 박해수는 “연출님 20주년 기념공연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다”면서 “연출과 배우의 관계를 떠나 아들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 애매한 디렉션도 저는 받아들여진다. 정확하게 디렉션 할 수 있는데... 연출님의 호흡을 알 수 있게 됐다”고 전해 웃음을 남겼다. 그러면서 “남자충동은 어려운 작품이라 ‘내가 가능할까’ 했지만 류승범 형님과 같이하는 것이 도움 된다. 부족한 부분을 보고 배운다. 행복하고 오랜만에 연극을 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배우 류승범은 연극 출연에 ‘좋은 기회’라며 14년 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전하며 “최근에 연극에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무대에서 걷고 뛰고 말하는 것이 혼란스러웠지만, 선후배들이 쉽게 이해가 되도록 설명해주신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류승범은 “호기심에 대학로를 구경한 적이 있다. 본격적으로 체험해보자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대사가 맛깔나고 정확하게 쓰여 있어서 대본 위주로 연습한다. 전라도 사투리는 배우 황영희 누님이 개인 지도를 해준다”고 전했다.

 

배우 김뢰하는 “조광화 연출과 30년 가까이 됐다. 공교롭게도 작품에서 만난 적은 없다. 밖에서만 만나고 작품을 부러워하면서 보다가 이번에 제안을 받아서 20년 만에 연극에 출연하게 됐다. 점잖고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꼼꼼하고 치밀하고 말이 많더라”고 폭로했다.

 

 

배우 손병호 역시 “연극이건 내면이던 무척 큰 사람이 됐다. 다시 만나는 것이 행복하다. 진작 만났으면 좋았을 걸 아쉽다”며 “20년 축하공연을 함께하는 것이 기쁘다. 잘 되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배우 황정민은 “원년멤버로서 책임을 느끼고 화합을 노력하게 된다. 묶여있지 않고 나이 먹은 만큼 엄마 역에 몰입하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배우 황영희는 “조광화를 20대부터 존경했다. 희곡집도 좋아했지만 만날 기회가 없었다.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마음을 전했다.

 

배우 전역산과 송상은은 선배 배우들과 호흡에 대해 배우는 심정이라고 전했다. 전역산은 “연극이 처음인데 연출님만 믿고 왔다”며 “복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 송상은은 두 번째 연극 도전으로 “따뜻한 분위기에서 좋은 연기를 배우고 있다”라고 적응기를 전하기도 했다.

 

 

연극 ‘남자충동’은 남자들의 폭력 충동에 내재한 힘에 대한 뒤틀린 욕망과 허장성세 등을 통렬하게 풍자하며 진정한 ‘남자다움’에 대해 고찰한다. 주인공 장정은 힘을 키워 조직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는 것을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생각한다. 노름에 빠져 가족은 뒷전인 아버지 이 씨와 이에 이혼을 선언하는 어머니 박 씨, 섬세하고 유약한 동생 유정과 강박적 남성성을 부정하는 그의 연인 단단, 장정의 아픈 손가락인 막냇동생 달래 등이 등장하며 장정과 그의 주변 인물들 간의 첨예한 갈등을 그린다. 작품의 배경인 목포시의 걸쭉한 사투리는 재미는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다.

 

연극 ‘남자충동’은 2017년 2월 16일부터 3월 26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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