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愛…오페라 삼매경에 빠지다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 경남오페라단 ‘아이다’ 성남아트센터 ‘탄호이저’ 베르디·바그너 걸작 잇달아 다바 임세경·캐슬린 김·서선영 팬텀싱어 손혜수 ★향연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단체연습동 오페라스튜디오에서 연 오페라 ‘리골레토’ 시연회 중 리골레토 역의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왼쪽)가 질다 역을 맡은 소프라노 캐슬린 김을 끌어안고 3막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1997년 이후 20년만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골레토’를 선보인다(사진=국립오페라단).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베르디부터 바그너까지. 올가을 명품 오페라가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무려 세 편이다. 귀에 익은 아리아 ‘여자의 마음’으로 유명한 오페라 ‘리골레토’(10월 19~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시작으로 숭고한 사랑을 그린 ‘아이다’(10.26~28 경남 창원성산아트홀 대극장)와 바그너의 역작 ‘탄호이저’(10/26~29,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다. 세 작품 모두 세계 최정상급 성악가의 등장은 물론 시대를 관통하는 굵직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엮어내 단연 올해의 화제작이라 할 만하다.

△묵직한 메시지는 그대로…현대적 재해석

100여 년 전 초연했지만 지금 여기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가 남긴 최고의 비극 ‘리골레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1851년 베네치아 라페니체 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을 국립오페라단이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새 프로덕션으로 선보인다.

오페라 ‘탄호이저’의 서선영(왼쪽), ‘아이다’ 람피스 역을 맡은 손혜수.
연출가 알렉산드로 탈레비는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이는 새로운 작품으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알레산드로 탈레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 오페라가 지닌 어두운 요소를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범죄와 폭력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며 “현재의 폭력과 범죄, 갱스터 세계를 무대 위로 가져와 관객들이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베르디 작품이 주는 사회 비판적인 묵직한 메시지는 그대로 담는다.

‘리골레토’는 궁정 광대 리골레토가 외동딸을 농락한 만토바 공작에게 복수하려다 벌어지는 비극적 운명을 다룬다. 만토바 공작은 나이트클럽 사장, 리골레토는 이 클럽에서 쇼를 하는 코미디언으로 등장한다. 의상과 무대 디자인도 현대적으로 바꿨다. 그는 “선하게 살고 있던 ‘우리’도 사악함을 직접 맞닥뜨리게 될 경우 모두 사악하게 될 수 있다는 점, 딸에 대한 엇나간 사랑이 결국 딸을 파괴하게 된 비극을 강조하려 한다”고 했다.

바그네리안(바그너 팬)이라면 성남아트센터에 눈길이 쏠릴 법하다. 성남아트센터는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선보인다. 1979년 국립오페라단이 한국어로 공연한 뒤 이번이 사실상 첫 독일어 무대다. 그만큼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아서다. 중세 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복잡하게 펼쳐지는 줄거리와 구성, 210여 분에 달하는 방대한 스토리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연출을 맡은 박상연은 대립과 갈등 사이에서 충돌하면서도 구원을 위해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순환의 과정을 현대적으로 표현할 방침이다.

오페라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집트 라다메스 장군과 적국 에디오피아 공주 아이다 두 사람이 죽음의 순간까지 지키고자 했던 숭고한 사랑을 그린 베르디 최고의 역작이다. 경남오페라단이 창단 26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기획했다.

△3色 디바…임세경·캐슬린 김·서선영

소프라노 임세경(42)·캐슬린 김(42)·서선영(33)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실력은 물론 인지도·스타성에서 최고 디바로 꼽히는 이들이다.

별들의 향연을 펼칠 첫 주자는 ‘리골레토’의 캐슬린 김이다. 소프라노 제시카 누초와 번갈아 질다 역에 낙점됐다. 캐슬린 김은 2007년 ‘피가로의 결혼’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 이후 매 시즌 주역으로 활약 중이다. 특히 2011년 세계 초연한 ‘중국의 닉슨’의 장칭 역, 2013~14 시즌 벤자민 브리튼 탄생 100주년 기념 ‘한여름 밤의 굼’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캐슬린 김은 “12세 정신연령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질다는 어떻게 보면 피해자다. 하지만 어두운 세상 속에서 결국 사랑을 이끌어내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몰입하고 있다”고 했다. ‘여자의 마음’ ‘그리운 그 이름’ 등과 같은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을 수 있다.

오페라 ‘리골레토’ 질다 역의 소프라노 캐슬린 김(왼쪽)과 ‘아이다’ 타이트롤을 맡은 임세경(사진=국립오페라단쿠컴퍼니).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서선영은 ‘탄호이저’로 관객과 만난다. 서선영은 2011/12 시즌 스위스 바젤 국립극장에 오른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에서 타이틀롤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많은 찬사를 받았다. 탄호이저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엘리자베트 역을 맡아 충실한 몰입과 내면의 진솔함으로 오페라 팬들을 홀릴 예정이다.

2015년 이탈리아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오페라 ‘아이다’의 주역을 맡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소프라노 임세경이 다시 ‘아이다’로 분한다. 작은 동양인에서 이제 유럽 각 극장들이 먼저 찾는 성악가다. 올 초에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하는 ‘토스카’ 무대에 대타 제의를 받고 무대에 올랐다. 겨우 3일 동안의 리허설만 하고도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임세경은 이번 무대에서 흔들림 없는 견고한 발성과 맑고 힘이 넘치는 선명한 고음, 그만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사랑을 찾아나서는 아이다를 표현할 생각이다.

△리골레토만 100번 테너 신상근·스타 베이스 손혜수 무대

올가을 오페라 무대는 스타 성악가를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JTBC 음악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로 스타덤에 오른 베이스 손혜수는 브라운관이 아닌 ‘아이다’로 무대에 오른다. 손혜수는 람피스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전망이다. 세계 권위의 프랑스 마르세유 콩쿠르, 그리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등에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유수의 오페라 무대에서 서던 중 ‘팬텀싱어’에서 참가자들에게 조언과 평가를 하는 프로듀서 역을 맡아 스타 성악가로 떠올랐다. 중후한 목소리로 여성 팬들이 많다.

독일을 주무대로 활약하는 테너 신상근은 ‘리골레토’ 작품에만 약 100회 출연한 베테랑이다. 테너 정호윤과 만토바 공작 역에 더블캐스팅된 신상근은 “9개 이상의 프로덕션에서 100회 이상 ‘리골레토’ 공연을 했다”며 “예전에 리골레토에 참여했을 때는 17, 18세기 의상에 노란 가발을 쓰고 오로지 여자 생각만 하는 바람둥이로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내면적인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연출이 손가락 동작 하나까지 (세세하게) 요구를 해서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잔혹한 운명의 주인공 리골레토 역은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와 다비데 다미아니가 맡는다. 체코니 역시 “지금까지 리골레토 역할을 80번 정도 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구식과 먼지를 한 번 털어내는 느낌”이라며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젊고 새로워진 리골레토를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페라 ‘리골레토’에만 80~100회 출연한 베테랑 가수 테너 신상근(왼쪽)과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사진=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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