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지용 "기교 아닌 순수함…바흐로 초심 찾았죠"

워너클래식 통해 인터내셔널 데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선보여 23·24일 '아임 낫 더 세임'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지용이 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크레디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어렸을 때 사람들이 ‘바흐를 쳐야 한다’고 말할는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10대 후반 피아노에서 잠시 멀어졌다 바흐의 샤콘느를 다시 들으면서 이유를 알게 됐다. 바흐를 통해 초심을 찾을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 지용(27)이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워너클래식을 통해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발표했다. 지용이 바흐의 음악으로 음반을 발표하는 것은 2012년 ‘바흐 익스히비션’ 이후 두 번째다.

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지용은 “2년 동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연주곡’을 연구하면서 기교 없이 재능만으로 연주하던 어릴 때의 음악을 다시 찾았다”며 바흐로 인터내셔널 데뷔 음반을 발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1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워너클래식과 계약을 맺은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백건우, 임동혁, 임현정에 이어 지용이 네 번째다. 지난 2016년 그래미 시상식 중 방송된 구글 안드로이드 광고 영상이 계기가 됐다. 지용은 “광고 이후 음반 레이블은 물론 연예 기획사까지 많은 회사에서 다양한 제안이 왔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그 과정에서 워너클래식으로부터 연락이 와 미팅을 했다. 그러나 바로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지용은 “그동안 다른 아티스트들이 앨범을 많이 발표했는데 나까지 앨범을 발표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있었다”면서 “책임감을 느끼며 8개월 만에 계약을 맺고 앨범 녹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된 앨범은 타이틀처럼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수록했다. 그동안 무수한 피아니스트들이 다양한 연주와 해석을 남긴 걸작이다. 지용은 “300년 전 작곡된 곡을 똑같이 연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지금 이 시대에 바흐가 전하는 느낌을 담아 연주했다”고 말했다.

바흐는 지용에게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용은 “어렸을 때는 건반과 내 손 사이에 순수함이 있었다. 그런데 계속 연주를 하다 보니 10대 후반 무렵에는 건반과 내 손 사이에 느껴지는 것이 없이 기계적으로만 연주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때 바흐를 통해 초심을 찾았다. 지용은 “바흐를 통해 순수함을 다시 찾았다”면서 “이번 앨범도 새로 출발하는 의미로 바흐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1991년 부산에서 태어난 지용은 8세 때 뉴욕으로 이주해 줄리어드 예비학교와 줄리어드 음악원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10세 때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주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세계적 매니지먼트사 IMG와 역대 최연소 아티스트로 계약을 맺어 음악계 주목을 받았다. 앙상블 디토 멤버로도 활동하기도 한 지용은 클래식 외에도 팝, 일렉트로닉, 무용,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병행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내왔다.

오는 23일과 24일에는 익산 예술의전당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아임 낫 더 세임’이라는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지용은 “세상은 ‘다름’을 나쁜 것으로 바라보며 모두가 똑같아져야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이라는 뜻을 답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 1일에는 미국 뉴욕 케네디센터에서 레바논 출신 트럼페터 이브라힘 말루프와 즉흥 재즈 공연도 한다.

피아니스트 지용이 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고 있다(사진=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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