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생긴 두번째 저승行…'지옥의 탬버린춤' 보러 오세요

'신과 함께-저승편' 김자홍 역 정원영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1년 만에 재출연 긍정적인 성격으로 소시민 캐릭터 연기해 가족에게 물려받은 끼로 배우의 길 선택 "무대 위에서 마음것 춤추고 노래하고파"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저승편’에서 김자홍 역을 맡은 배우 정원영(사진=서울예술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해 재공연에 오른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에서 유독 눈에 띄는 배우가 있었다. 김자홍 역을 맡은 배우 정원영(33)이다. 김자홍은 소심한 성격이 보는 이로 하여금 연민을 갖게 하는 캐릭터. 정원영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역할을 소화해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커튼콜에서 보여준 흥 넘치는 무대는 덤이었다.

올해 세 번째로 공연하는 ‘신과 함께-저승편’(3월 27일~4월 1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도 정원영은 관객 호평에 힘입어 김자홍 역에 낙점됐다. 총 28회 공연 중 12회 출연한다. 현재 막바지 연습에 매진 중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정원영은 “다시 하고 싶은 작품에 같은 역할로 출연하게 돼 기쁜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다”며 웃었다.

◇소심한 캐릭터 긍정적으로 표현

‘신과 함께-저승편’에서 김자홍은 관객이 가장 먼저 감정을 이입하는 중요한 배역이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자홍은 저승변호사 진기한과 함께 7개의 지옥을 거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소시민 캐릭터라는 점에서 작품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원영은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으로 어떻게 김자홍을 소화할지 고민했다. 작품 속에서 김자홍은 지옥을 방문할 때마다 “여긴 어디죠?” “저건 뭐죠?” “네?”라는 세 가지 반응만 보여주는 소심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정원영은 “죽음이라는 소재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나의 긍정적인 모습과 김자홍의 소심함이 잘 어울리는 방향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뮤지컬로서의 재미도 중요했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자신의 유쾌함을 김자홍에 녹였다. 발설지옥 장면에서 탬버린을 들고 춤추는 장면이 그렇게 탄생했다. 정원영은 “제 아무리 소심한 성격의 김자홍이라도 회식자리에서 한번쯤은 부장에게 맞췄을 것 같았다”며 “원작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밝고 재미있는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 애드리브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연출가 김동연의 손길을 통해 지난해와 달라진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가사도 바뀌고 넘버도 추가된다. 서울예대 동기이자 절친인 배우 이창용, 서울예술단 단원 신상언이 같은 역할로 번갈아 오른다. 정원영은 “이창용은 억울함이 도드라지면서도 뛰어난 가창력을, 신상언은 원작과 가장 닮은 자홍을 보여준다”며 “세 가지 서로 다른 색깔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관객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착하게 살자’는 메시지와 함께 행복을 가져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저승편’에서 김자홍 역을 맡은 배우 정원영(사진=서울예술단).


◇H.O.T 보며 무대 꿈…“열정으로 기회 찾아”

정원영은 최근 TV를 통해 자신을 무대로 이끈 추억과 마주했다. 17년 만에 재결성한 1세대 아이돌 그룹 H.O.T다. 정원영은 어릴 적 H.O.T를 보며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꿨다. 그는 “초등학교 때 강타의 바이브레이션을 흉내 내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며 “그 노력이 지금의 노래 실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끼는 타고났다. 정원영의 아버지는 배우 정승호이고 이모는 배우 나문희다. 어머니도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그가 서울예대 연극과를 선택한 것은 부모님의 모교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아들이 배우가 되는 걸 반대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다. 정원영은 “아버지는 주변분들에게 ‘우리 아들은 대한민국의 뮤지컬배우다’라고 이야기하고 다니신다”며 “어머니도 ‘한이 맺힌 좋은 목소리를 너에게 물려줬으니 평생 잘 해라’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지금은 당당한 주역으로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그 시작은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앙상블이었다. 2007년 제대 직전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대장금’에 출연하면서 배우 인생을 시작했다. 앙상블에서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떤 자리에서든 늘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정원영은 “무대 뒤편에도 공연을 보는 스태프가 있는 것처럼 어디에서든 열심히 하면 누군가는 그 모습을 봐준다”며 “욕심이 아닌 열정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꼭 온다”고 말했다.

정원영의 팬들은 그를 ‘햇살’이라 부른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 때문이다. 정원영은 “살아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된다”며 “그럴 때일수록 하루하루에 감사한 마음이 생겨 더욱 긍정적이 된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도 자신의 유쾌함을 마음껏 발산하고 싶다. 정원영은 “최근에는 유독 정적인 작품이 많았다”며 “‘헤어스프레이’처럼 마음껏 춤추고 노래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저승편’ 2017년 공연 장면(사진=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저승편’ 연습 장면(사진=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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