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이 필요한 이 시대 가장 소중한 깨우침, 뮤지컬 ‘기쁜 우리 젊은 날’

뮤지컬 ‘기쁜 우리 젊은 날’이 지난 5월 1일부터 현재 유시어터(청담동)에서 한창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1980년대 최고 멜로 영화였던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뮤지컬화 한 것으로 당시 2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제26회 대종상 녹음상, 1987년 제32회 아태 영화제 남우주연상(안성기)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순애보적인 사랑을 제시함과 동시에 그 중요성도 함께 일깨워주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무대는 아빠가 된 현재 영민의 모습에서 과거 혜린을 만나기까지 거꾸로 역순행된다. 배우들은 짤깍대는 시계 소리와 함께 모두 뒤로 돌아서 무대를 정처 없이 맴돈다. 행여나 관객들은 서로 부딪칠까 걱정도 됐지만 배우들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무대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이 작품은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서정적인 느낌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무대도 단조롭고 아기자기하다. 수시로 장면을 변화시킬 때도 많은 소품들을 요구하지 않는다. 테이블과 의자, 침대 만 바뀔 뿐 오로지 배우들의 동선만 중요시된다. 음악 역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멜로디로 쉽게 다가왔다.

이날 공연에서는 배우 원기준이 영민 역을, 배우 지니가 혜린 역을 맡았다. 주인공 영민의 캐릭터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순박하고 착한 청년이다. 오로지 혜린 만을 바라보며 그녀가 다른 남자를 선택했을 때도 늘 안 보이는데서 힘이 되어 준다. 또한 혜린이 이혼한 후에도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감싸준 진실된 사람이다. 이런 영민 역을 배우 원기준은 너무나도 잘 소화해냈다. 배우 지니 역시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진 혜린 역을 잘 표현해주었다. 하지만 연기력 면에서 무대를 안정되게 이끈 반면, 노래는 조화롭게 다가서지 못했다. 극 중 혜린이 아이를 낳고 죽기 전의 노래가 미흡했다. 잔잔히 부르다가 서서히 높여야 하는데, 그 연결 부분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다.

앙상블들의 조화도 눈에 띈다. 극 중 영민의 딸로 등장한 배우가 때론 아줌마로, 의사로, 친구로 등등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모습이 작품의 재미를 불어넣었다. 전체적으로 극이 너무 잔잔한 가운데 이런 앙상블들의 조화가 없었다면 더없이 지루했을 것이다. 특히 장면이 전환되었을 때마다 앙상블들이 먼저 나와서 흥을 돋우고 난 후 주인공들을 나오게 하는 설정은 탁월했다고 본다. 그렇다보니 앙상블들이 빠졌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 차이가 조금 컸다는 점이 안타깝다.

뮤지컬 ‘기쁜 우리 젊은 날’이 지금 시대에 너무나 필요한 작품임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랑의 가치관과 소중함이 점점 없어져가는 이때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깨우쳐준 작품이기에 그렇다. 어쩌면 지금 우리도 극 중 혜린처럼 나를 정말 사랑해주는 영민 보다는 돈과 명예를 택하기 쉬웠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선 그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 결과까지 작품은 단적으로 말해준다. 물론 결과가 좋았다 하더라고 자신의 인생에 영민과 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이번 뮤지컬 ‘기쁜 우리 젊은 날’은 물거품처럼 쉽게 사라지는 지금 시대에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사랑의 가치를 확고히 짚어준 작품이었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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