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정보석, “무대 위 이중섭의 환생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중섭은 자유로운 기질의 소유자로 예민한 감수성과 순진무구함, 외골수적인 성격을 지닌 화가다. 그리고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통해 이중섭의 생애를 재현할 배우 정보석은 그런 기본적 성향을 꼭 빼닮았다. “연극을 할 때는 모든 것이 내 세상 같고 행복하다”는 것이 그가 요즘 연극 무대에 몰두하는 이유다. 궂은 날씨에 습기 가득한 지하연습실에서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려가며 연습에 집중하는 정보석의 모습이 아름답고, 심지어 관객으로써 고맙기까지 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해야 해서’ 하는 것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의 차이는 여실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물론 연극이 좋아서 하는 거지만 이 작품은 좀 더 특별한 케이스예요.” 배우 정보석은 EBS 문화사시리즈에서 해설을 맡아 진행했던 이력이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이번 작품 ‘길 떠나는 가족’에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그 프로그램에서 이중섭의 생애를 다큐식으로 조명했던 적이 있어요. 근데 그 60분 안에 담아내기에는 이 분의 삶이 닮고 있는 게 너무 많았던 거예요. 언젠가 이 작품이 영화나 연극 등으로 제작된다면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소식을 듣고 제가 먼저 연락을 했어요.”

그는 지난해 연극 ‘아트’와 ‘클로져’ 등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배우가 됐다. 그래도 언제나 연기는 풀기 힘든 숙제다. “가장 큰 부담은 화가 이중섭이 갖고 있는 내면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정보석은 “내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다보니 첫 등장부터 땀이 이렇게나 많이 난다”고 전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집중되는 이야기이기에 캐릭터 해석에 대한 부담도 따른다. “자료가 많아 접근하기는 쉬웠어요. 이중섭 화백 관계되는 자료는 거의 다 열람한 것 같아요. 시간 나는 틈틈이 직접 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느껴보는 기회도 갖고 있고요. 요즘은 조금이라도 그 분의 마음을 느껴보고자 집에서 그림을 따라 그려보기도 해요.” 이 정도면 ‘반(半)이중섭’이 될 법도 하건만 배우 정보석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근세사를 살아온 인물이기에 제 상상력만으로 채울 수는 없는 부분이 있어요. 분명 그 연기 안에 리얼리티가 살아있어야 하기에 많은 고민이 따릅니다.”

제30회 서울연극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배우 정보석 외에도 보고 느낄 거리가 풍부한 작품이다. 정보석 역시 그렇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하다. “함께 공연을 하는 극단 ‘서울공장’은 앙상블들이 너무나 좋은 집단이에요. 근 10년 가까이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친구들이라 이번 공연에서 눈 여겨 보신다면 분명 더 좋은 공연이 되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외에도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의 시연이나 미디어아트의 결합 등도 흥미롭습니다.” 관객들에게 공연 관련한 팁을 넉넉히 일러주는 정보석에게서는 그가 얼마나 이 작품을 아끼고 좋아하는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무대에서 ‘이중섭이 환생을 했구나’하는 소리를 들어야하지 않겠어요?(웃음)” 화가 이중섭이 갖고 있는 예술적 혼이나 성과를 모두 쫓아가지는 못하지만 그 분이 가졌던 내면의 맑은 영혼만큼은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게 정보석의 얘기다. 이중섭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자 하루에 한 끼씩만 먹으며 배고픔도 느껴보고, 스스로 고립되며 외로움과 그리움을 상기시켰다는 배우 정보석. 작품과 이중섭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무대 위에 고스란히 묻어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중섭 화가의 드라마틱한 삶을 재조명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오는 5월 18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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