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잠든 사이, 연극이 움직인다

지난 해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의 약진에 힘찬 엔진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연극이었다. TV, 영화 등에서 활약하던 스타 배우들이 대거 무대에 선 것과 동시에 연극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탄탄한 작품성의 공연들이 등장했으니 양과 질, 깊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2010년이 두 달 즈음 지난 한국의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시아준수의 티켓 파워를 위시한 뮤지컬 <모차르트!>의 흥행을 제외하고선 이렇다 할 만한 화제 뮤지컬이 없는 이 때, 공연계를 영양 만점 담백하게 채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연극이다.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올 하반기 까지 “이것을 능가할 만한 강렬한 작품은 드물 것이다”라는 평이 오가고 있는 연극 <뷰티퀸>은 지난 1월 막이 올라 두 달의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 <필로우맨>을 쓴 마틴 맥도너의 작품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무대보다 먼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잡을 스타배우의 이름도, 강렬하고 자극적인 요소도 없었던 이 작품은, 개막과 동시에 홍경연, 김선영이라는 두 배우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며 입소문을 통해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현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에이미> 역시 연극을 통해 현실을 들여보고자 하는 영국 출신의 작가 데이비드 헤어의 다각적이며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텍스트를 기반으로 윤소정, 김영민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 격년제로 열리는 연극열전 3이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되어 <에쿠우스> 등 현재 공연 중인 2편을 비롯하여 연중 8편의 연극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또한 연극열전을 탄생하게 만든 선례라고 볼 수 있는 극단 차이무의 ‘생연극시리즈’가 2004년 이후 6년 만에 부활했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을 장기 임대한 차이무전용극장에서 한창 공연 중인 <비언소>에 이어 <양덕원 이야기> <돼지사냥> <늘근도둑이야기>가 1년 간 공연된다. 문성근, 이대연, 최덕문, 강신일 등 연기파 차이무 단원들이 총출동 한다.

2, 30대 주 공연 관객층을 4, 50대로 끌어올리고 있는 동명 소설 원작의 <엄마를 부탁해>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지난 해 국내 초연한 <레인맨>은 오는 19일 공연 시작을 앞두고 감동적인 가족애를 담은 이야기에 더하여 남경읍, 남경주 형제의 동반 출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도 초대 공길 오만석을 비롯해 김내하, 이승훈 등 초연멤버들이 뭉쳐 연극 팬들의 기대를 낳으며 올해 연극 바람에 탄력을 더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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