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축제! 연극 ‘엄마들의 수다’와 뮤지컬 ‘메노포즈’ 이야기

한때 잘나가던 퀸카였던 그녀. 그녀는 뭇 남성들의 구애를 뒤로 한 채 자신만을 향해 목매던 그와 못 이기는 척 웨딩마치를 올린다. 그런데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 같던 이 남자가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변신한다. ‘잡힌 물고기’ 신세로 추락해버린 그녀는 꿈같은 신혼의 추억에 자신의 과거를 묻어버린 채 밀려드는 가사와 육아에 매달린다. 남편이란 작자는 “술 처먹고 들어와서 네발로 기어 다니는” 만행을 일삼고,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보챈다. 가끔 “내 아들이 남편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키우기 싫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녀는 말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엄마”라고 명명하는 아이를 품 속 깊이 안는다.

하지만 ‘찬란한 행복’이었던 자식들은 어느덧 장성해 저마다의 둥지를 찾아 떠난다. 남편은 일과 회식을 핑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늦는다. 그녀는 속절없이 늘어가는 주름살과 뱃살을 바라보며 혼자 밥을 먹고 남편과 자식들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빈껍데기처럼 남겨진 그녀는 우두커니 앉아 끝없는 외로움과 마주한다. 

가족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된 채 홀로 남겨진 그녀는 ‘빈 둥지 증후군’을 앓으며 갑작스런 몸의 변화에 직면한다. 연신 손부채질을 해대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는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갑작스레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낸다. 불면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확확 솟구쳐 오르는 열 때문에 땀으로 침대 시트를 흠뻑 적시기도 한다. 

연극 ‘엄마들의 수다’와 뮤지컬 ‘메노포즈’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리고 말할 이 하나 없는 그녀들의 속사정을 시원하게 풀어낸다. 그녀들은 누구의 아내이자 누구의 엄마로서가 아닌, 그녀 자신 그대로를 서로에게 드러내 보인다. 혼자 끙끙 앓아왔던 고민들은 대화에서 수다로 이어져 건강한 웃음과 눈물을 만들어낸다. 프로작으로 향하던 손길은 서서히 줄어들고, 누구 엄마나 아내의 호칭으로 대신했던 그녀들의 이름은 길고도 긴 잠에서 서서히 깨어난다. 

예전의 미모와 젊음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주름살과 뱃살은 어김없이 꼬박꼬박 늘어가지만, 그녀들은 ‘아줌마들의 수다’에 위안 받으며 자신을 찾아가고 문득 자신들의 엄마를 되돌아본다. 훌쩍 늙어버린 그녀들이지만 언제까지나 엄마의 영원한 딸일 수밖에 없는 그녀들. 그녀들은 출산과 육아, 그리고 폐경이라는 한바탕의 성장통을 겪어내며 엄마를, 그리고 그녀 자신을 살아낸다. 

그렇기에 이들의 공연은 한없이 수다스럽고 요란하지만 아름답고 숭고하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가정의 울타리를 책임져야만 했던 이들의 땀방울은 억척스럽지만 눈부시다. 이들은 가족들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온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 오늘도 신명나는 축제 한 판을 정성껏 마련해놓는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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