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계는 없다!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현악기를 주름잡는 바이올린이나 첼로가 아닌 현악 파트에서 가장 낮은 음을 담당하고 있는 악기는 더블베이스, 콘트라베이스라고도 한다. 성민제는 지난 2006년 독일 슈페르거 더블베이스 국제콩쿠르 최연소1위, 2007년 러시아 쿠세비츠키 더블베이스 국제콩쿠르 최연소 1위를 수상하며 세계무대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당당히 올려놓았다. 올해 나이 스무 살, 아직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룰 꿈들이 더 많은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를 만나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린 나이에 세계무대를 석권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성민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연주자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최고의 지휘자 정명훈은 성민제의 연주를 듣자마자 서울시향에 들러 “이 소년과 빨리 협연 일정을 잡으세요!”라고 말했을 정도. “저는 지금까지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연습에 집중할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질리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성민제가 음악을 하게 된 건 가족들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이고, 아버지가 베이스 연주자다. 그는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저와 악기가 하나가 될 때가 있어요. 그 때가 가장 편하고요. 악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현재 서울시향 베이스 주자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사실 가족들과는 음악적인 대화는 잘 안하는 편이예요. 보통은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하고, 연습이 힘들거나 잘 안 풀릴 때는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딱히 말하지 않아도 가족들이 있어 행복하고 든든하다는 성민제.
솔직히 일반 대중들에게 더블베이스는 생소한 악기일 수밖에 없다. 기존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라는 ‘3단 콤보’에 밀려 더블베이스는 보조적인 배음과 반주 정도만을 담당하는 악기로서의 이미지가 컸다. 하지만 비올라의 용재 오닐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의 소리를 역량 것 낼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성민제 역시 그 여정의 한 걸음을 이제 막 뗐다. 그는 “지금은 더블베이스가 들러리 악기 취급을 받고 있지만 사실 이 악기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한계들을 깨고 독주악기로 자리 잡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더블베이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는 무엇일까? 성민제는 기타를 꼽았다. “가끔 기타와 연주를 하곤 하는데 항상 느끼는 건 기타가 더블베이스의 연주를 가장 잘 받아줄 수 있다는 거예요. 둘은 정말 잘 어울리는 악기인 것 같아요.”
그는 지난해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을 통해 데뷔앨범 ‘Flight of the Double B(더블베이스의 비행)’을 발매하기도 했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발매한 적 있는 한국 음악인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영욱,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 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생각해 볼 때 성민제의 더블베이스 독주 앨범 발매는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다.
올 여름 그는 연주 일정으로 또 한 번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오는 8월에는 정명훈, 송영훈, 김수연 등과 함께 ‘7인의 음악인들’이라는 콘서트에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함께 한다. 성민제는 “실내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 연주자들마다 각자 소리나 음악적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첫 리허설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일단 다른 솔로 악기들의 색깔을 들어 보고 거기다 저의 색깔을 입히는 방식으로 연습을 해나갈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일반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슈베르트의 송어를 연주할 예정이다. 피아노 정명훈, 바이올린 김수연, 이유라, 첼로 송영훈과 함께 한다. “워낙 유명한 곡이니 만큼 저도 많이 연주를 해본 곡이에요. 연주할 때마다 매번 재밌고 새로움을 느껴요. 또 너무 훌륭한 연주자들,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하는 것이 제겐 음악을 하면서 행복한 순간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
또한 오는 9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과 함께 협연 무대인 ‘성민제, 김수연의 ‘Rendez-Vous(랑데부)’’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김수연은 최근 유럽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음악인 중 하나다.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마르티니 스타일의 기도’, 피아졸라의 ‘트리오를 위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이 4계’ 등을 연주할 계획이다. 그는 “여름이라는 테마로 콘서트를 한다면 이번에 연주하는 피아졸라의 ‘4계’ 중 여름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순수 국내 교육만으로 세계 3대 콩쿠르 중 2개의 콩쿠르를 석권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클래식계가 주목하고 있는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해 지난해 2월 졸업하고 현재는 독일 뮌헨 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밟고 있다. 더불어 더블베이스 앙상블 ‘바시오네 아모로사 Bassione Amorosa’에 소속돼 활동 중인 그는 “더블베이스가 있어서 지금까지 제 자신을 너무 많이 행복하게 해줬다는 게 고맙다”고 밝혔다. 앞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성민제, 그가 모든 대중들을 아우르는 음악으로 우리 앞에 다시 올 것을 기대한다.
(* 이 글은 삼호뮤직 8월 호에 실린 글임)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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