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2010 극단 서울공장 66日, 소리와 몸·짓·展

극단 서울공장이 2010년 가을 ‘연극은 끈이다’를 외치며 조그만 잔치를 벌인다. 이름하여 공연난장 4.0. 연극이 본래 가졌던 생명력의 본질을 미래의 그릇으로 담고자 기획된 이번 축제는 나와 너의 커뮤니케이션이 2.0이라면 너, 나, 자연, 우주를 아우르는 4.0의 보다 확장된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극단 서울공장은 ‘우리 것의 국제화’, ‘세계 고전의 우리화’라는 화두를 갖고 창작 및 워크숍에 전념하고 있는 단체다. 정규 단원들의 훈련을 바탕으로 한 앙상블을 발전시켜 레퍼토리화하는 작업을 지향한다. 8월 9일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에서 진행된 도스토예프스키 ‘백치’의 구성워크숍은 러시아의 연출가 겸 영화감독인 안드레이 세리바노프와 극단 서울공장의 예술감독인 임형택이 공동 연출을 맡아 창작 워크숍의 단계를 거쳐 정식 공연에 올라갈 예정이다.

 

 

임형택 연출은 “도스토예프스키는 보편적 나눔이 가능한 주제를 담고 있다. 러시아 연출가 안드레이와 모든 단원들이 창작의 싸움을 거친 뒤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데 합의했다. 작품의 제목처럼 우리는 전부 백치일지 모른다. 바보들이 가끔은 진실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랑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본질적인 사랑, 구원이란 주제를 담아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안드레이 역시 “‘백치’가 가진 엄청난 분량의 원작 소설을 희곡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러시아에서도 도스토예프스키를 연극으로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 요즘 문화라는 게 그와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이해하는데만 6개월이 걸린다. 알다시피 9일 연습했다. 여러분은 만들어진 극을 보는 게 아니라 배우들의 새로운 시도를 보시는 거다. 종교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양한 인간군상과 관계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소설 ‘백치’는 뮈시킨이라는 귀족신분의 주인공을 통해 백치이지만 각 사회구성원의 미묘한 사랑을 받는 구원자로서 그리스도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극단 서울공장은 극의 제목을 ‘백치와 백지’로 바꾸고 원작의 뮈시킨과 동일시되는 주인공 백지를 등장시켜 우리 마을에 존재했었던 노래, 놀이문화, 춤 등의 요소를 결합해 우리 나름의 바보문화를 그려낼 예정이다.

 

구성은 안드레이 세리바노프가 러시아 상황의 백치를, 임형택이 한국 상황의 바보를 그리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이를 위해 지난 2009년 7월 안드레이 세리바노프가 극단 서울공장의 배우들과 ‘체홉’의 사랑장면을 소재로 워크숍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언어소통의 문제, 작업방식의 문제, 작품제작?일정조정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사전 조정했다. 작품의 기본은 두 문화에서 벌어지는 바보문화의 형식적인 대조로 이뤄진다. 이는 결국 ‘구원’과 ‘바보’라는 존재가 문화의 형식과 인간 존재의 다름과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글,사진_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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