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리뷰] 사막 같은 외로움, 연극 ‘풀포러브’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살 수밖에 없다. 우리들은 끊임없이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문득 ‘이게 정말 사랑일까?’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 이 질문을 끝없이 되풀이해가며 무수한 시간들을 흘려보내온 사이, 우리 앞에 지난 7월 연극 ‘풀포러브’가 도착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이게 과연 사랑일까?’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85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주인공 메이와 에디가 하는 거라곤 싸우고 헐뜯고 다시 포옹하기뿐이다. 조명이 켜지면 관객들은 다짜고짜 그들의 사랑싸움을 지켜봐야한다. 장면이 진행될수록 그 둘의 사적인 관계는 분명해진다. 메이는 에디에게 왜 그렇게 화를 낼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그들의 관계는 사랑일까, 외로움일까.

 

연극 ‘한여름 밤의 꿈’ 이후 두 번째 연극 무대에 서는 김효진의 연기는 튀거나 거슬림 없이 흘러간다. 관련 논문이 수백 건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대본 역시 스토리나 짜임새 면에서 손색이 없다. 연극 ‘풀포러브’는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어느 모텔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남명렬이 연기하는 노인의 모습은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그 어떤 힘을 발휘한다.

 

연극 ‘풀포러브’는 (주)악어컴퍼니, (주)나무엑터스, CJ엔터테이먼트가 공동기획한 ‘무대가좋다’ 시리즈의 개막작이다. 두 번째 작품인 연극 ‘클로져’에 비해선 다소 대중적인 요소가 덜하지만 극작가 샘 셰퍼드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마니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연극 한 편으로서가 아닌 문학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무대는 단을 높여 객석에서 볼 때 다소 높게 설치됐다. 그 아래로는 사막을 상징하는 하얀 모래가 수북이 깔려있다. 캐나다 퀘벡의 프랑스어권 작가인 미셸 마르크 부샤르의 연극 ‘고아뮤즈들’에서도 사막의 모래가 작품의 중요한 메타포로 사용된 적 있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네 남매는 모래바람이 부는 마을 한 복판에서 쓰라린 상처를 떠안고 살아간다. 두 작품은 모두 주인공의 아픔과 외로움을 나타내는 도구로 ‘모래’를 끌어들였다.

 

주인공 메이의 마음은 마치 이 황량한 사막의 모래와도 같다. 이복오빠이자 연인인 에디는 그녀에게 헛된 환상만 심어주고 늘 그녀를 떠났다. 15년 동안이나. 상처 받고 기다리는 것에 이제 더는 지쳐버린 메이는 오직 악다구니로 에디를 대한다. 그러나 증오하면서도 그가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메이. 질긴 인연의 고리를 끊고자 하지만 결국 그녀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건 에디뿐이다.

 

이 작품은 이복남매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외로움에 대해서 말한다. 깊은 바운스가 들어간 음악이 극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며 작품의 내용을 함축적이고 밀도 있게 들려준다. 연극 ‘풀포러브’는 오는 9월 12일까지 대학로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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