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양득] 결혼에 관한 두 개의 시선! 연극 ‘디너’ vs ‘경남창녕군길곡면’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다. 결혼을 하는 게 현명할까, 안하는 게 현명할까? 바보 같은 질문에 현명하게 답해주는 연극 두 편이 있다. 연극 ‘디너’와 ‘경남창녕군 길곡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작품은 각각 3년, 12년 차 된 부부들이 결혼에 관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미혼자라면 구지, 애써 권하지 않는다는 연극 ‘디너’와 비극적인 현실을 폭소와 쓸쓸함으로 담아낸 ‘경남창녕군칠곡면’은 우리 시대 부부들이 겪는 일상의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같지만 다른 두 작품을 관람한 뒤 당신은 질문할지도 모른다.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돈 없으면 애도 못 낳아?] 연극 ‘경남창녕군길곡면’
연극열전3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2007년 초연 이후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지난 7월 30일 다시 개막했다. 이 작품은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극작가로 손꼽히는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대표작 ‘오버외스터라이히’를 원작으로 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결혼 3년 차 부부에게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기면서 갈등이 벌어진다. 아내 선미는 아이를 낳고 싶어 하고, 남편은 낙태하기를 바란다.
‘임신’이라는 사건이 터지면서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의 단면들이 두 부부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인공 부부가 아이 출산을 놓고 서로의 수입과 지출을 일일이 기재하면서 논의하는 장면은 허탈한 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다. 무대 위에서 계산하는 금액들은 실제 우리들의 삶의 무게로 다가올 뿐만 아니라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 대한 씁쓸한 실소를 머금게 한다.
연극 ‘경남창녕군길곡면’은 외국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인물, 장소, 풍속, 인정 등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번안됐다. 이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원작에도 명기된 ‘사투리’의 사용은 위태로운 결혼 생활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연해준다.
[흔들리는 인생의 오후] 연극 ‘디너’
극단 맨씨어터의 2010 정기공연으로 진행되는 연극 ‘디너’는 도널드 마글리즈의 ‘Dinner with Friends(친구들과의 저녁식사)’를 원작으로 했다. 결혼에 대한 안도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이 작품은 결혼 12년 차 부부이며 오랜 친구들인 게이브와 카렌, 탐과 베스 커플을 통해 결혼생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됐지만 실은 개인과 개인의 결합, 즉 합쳐진 둘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힌 주인공 남녀가 어떻게 그 벽을 부수거나 받아들여 가는지에 대해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는 안도감과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라는 불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이성열 연출은 ‘로맨틱 혹은 블랙코미디’로 이 작품의 장르를 명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불륜에 관한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허위와 위선, 타이밍과 리듬감이 유머로 승화되면서 단순한 치정극이 아닌 인생의 무게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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