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대 신진연출가 이기쁨이 그려내는 연극 ‘장례의 기술’
단정한 커트머리, 폴로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대학교 남학생을 연상시킨다. 건강하고 씩씩한 목소리의 신진연출가 이기쁨이다. 천진난만한 소년 이미지의 이기쁨은 행동이나 말투 모두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과 솔직함으로 일관했다. 20대 후반의 여성임에도 화장기 없고 까무잡잡한 그녀의 피부에서 오직 무대 하나만을 꿈꿨던 한 청춘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그녀는 작년 극단 LAS 창작집단을 창단하면서 본격적인 연출로 나섰다. 그 첫 번째 작품이 연극 ‘장례의 기술’이다. 이기쁨은 그간 여러 크고 작은 무대의 조연출로 활동해왔다. 최근엔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고선웅 연출의 연극 ‘인어도시’ 조연출을 마쳤다. 오는 28일부터 9월 12일까지 연극 ‘장례의 기술’이 극공작소 마방진 무대에 오르게 된 것도 이것이 인연이 됐다. 이 공연에 앞서 연극 ‘장례의 기술’은 오는 24일과 25일,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으로 대학로 포스트극장에서 공연된다. 요즘 연습에 한창인 그녀를 연습실에서 만났다.
Q.연극 ‘장례의 기술’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과정은 어땠나요?
A: 작년 극단 LAS 창작집단을 만들게 된 계기는 ‘팀은 만들자’가 아니라 ‘공연을 해보자’로 시작했어요. 연극 ‘장례의 기술’은 장례식에서 일어나는 코미디를 해보는 게 어떨까란 발상을 구체화하면서 진행됐고요. 여기에 가족 이야기를 가미하게 됐어요. 아직까지 저는 작가와 연출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좋은 작가를 만나는 것이 저의 꿈이죠. 누군가로부터 임지혜라는 작가를 소개 받았어요. 작가에게 이야기를 건넸고, 임지혜 작가가 초고를 써냈어요. 이는 연습하는 과정에서 많이 바뀌었어요. 초고에는 죽은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지만, 연습하면서 죽은 아버지 신이 많이 늘어났어요.
Q.연극 ‘장례의 기술’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셨나요?
A: 작가가 썼지만 제 자전적인 이야기도 많이 있어요. 수정하면서 더 늘었고요. 사실 가족과는 아직도 화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연습하면서 힘든 부분이 있죠. 안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려야 하니까요. 연습을 거치면서 저 스스로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누구나 가족에 대한 상처는 있잖아요. 이를 죽을 때까지 간직하는 사람도 있고, 그게 말도 안 되는 작은 이유인 경우도. 아직 화해하지 못했고 아직도 화해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본질로는 화해하고 싶은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그런 맘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 연극으로 가족에게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다면, 안부한번 물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시는데 27세의 나이로 연출할 때, 어렵지 않았어요?
A: 죽음에 대한 고찰은 연륜이 있으신 분들과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묘하게도 저는 제 관심이 ‘죽음’에 가있던 것 같아요. 제가 참여했던 연극 ‘우리읍네’ 등 모두 그런 내용이었죠. 그런 작품들에 늘 이끌려왔던 것 같아요. 어렵지는 않아요. 오히려 익숙하죠. 친근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들을 무겁게 담아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Q. 연극 ‘장례의 기술’의 관전 포인트는?
A: 연극에서 죽은 아버지는 살아 움직여요. 또 극중 한 여자는 예의를 표한답시고 한 없이 절을 하죠. 진지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행동이 재밌어요. 보통상식에서 빗나가는 요소들이 종종 보여요. 그 가운데서 코믹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박장대소보다는 피식하는 웃음이 많을 거예요. 연극에 공감을 바탕으로 한 웃음들이 많아요.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배우들이 만든 캐릭터를 좋아하는 연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저는 그 배우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더 재밌어 지거든요.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요. 이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극중 김인옥을 맡은 배우 조하나는 제22회 창원국제공연예술축제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연극 ‘장례의 기술’ 배우들이 대단한 스타들은 아니에요. 젊은 에너지로 충만하죠. 연극 ‘장례의 기술’의 캐릭터는 그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생각하면서 보시면 좀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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