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낯설음의 미학,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

뮤지컬이라고 하면 탄탄한 스토리와 감미로운 혹은 흥겨운 넘버가 떠오른다.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는 스토리 중심이 아닌 넘버 중심의 새로운 콘셉트 뮤지컬을 선보인다. 신선하다도 못해 독특한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는 다른 걸 떠나서 재밌다. 그리고 흥겹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모르나 그런 거부반응은 10분이면 적응한다. 제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6명의 배우는 정말이지 눈부실 정도로 빛이 난다.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다.

 

 

- 역시 뮤지컬 ‘헤드윅’의 송용진

 

노래, 연기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송용진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의 연출까지 맡은 그는 단연 돋보인다. 그의 표정은 대사가 없어도 될 정도다. 그만큼 능청스럽고도 풍부한 표정으로 선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손발이 오글거리지만 그와 눈을 맞추지는 건 좋다. 송용진 선장은 관객과의 아이컨텍을 아주 중요시한다. 좀처럼 시선을 회피하는 법이 없다. 관객이 부끄러워하건 어떤 건 그는 끊임없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넘버를 부를 때 슬쩍슬쩍 선보이는 앙증맞은 안무로 관객의 비명을 내지르게 하는 센스까지, 여러모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 콘서트야? 뮤지컬이야?!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를 보노라면 콘서트장인지 뮤지컬 공연장인지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흥겹다. 배우들의 수준급 연주 실력은 공연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극 중 송용진 선장이 이끄는 배의 이름이 ‘딕펑스호’인데, ‘딕펑스’는 부선장, 주방장, 항해사, 막내선원이 활동하고 있는 밴드 이름이기도 하다. 그들의 연기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그 부족함은 출중한 연주 실력과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주는 송용진이 있어 ‘딕펑스호’는 순항한다.

 

- 솔직함 그 치명적인 매력

 

이 뮤지컬은 도대체 돌려 말하는 게 없다. 넘버의 가사는 물론이거니와 대사까지 모두 단순 명확하다. 이 단순함에 관객마저 도취한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겨를도 없다. 관객은 어느새 솔직하고도 직선적인 가사의 넘버를 흥얼거리게 된다. 이게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의 매력이다. 단순해서 흥겹고, 어렵지 않아 더 신이 나는 거다. ‘모험이 난 좋아. 아무 생각 안 나 모험만 있으면 돼’라는 가사처럼 관객 역시 아무 생각 없이 공연을 즐기게 된다.

 

- 있을 건 다 있다

 

콘셉트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퀴어적이지만 사랑이야기도 있고, 비판의식도 있다. 뮤지션이라는 특성상 표절의혹에 휩쓸린 노래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제니’와 ‘포로’로 관객을 무대 위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객석으로 뛰쳐 내려와 관객의 물건을 빼앗아 가는 노략질까지 끊임없이 관객을 귀찮게 한다. 무대 위에 오른 ‘포로’는 뻘쭘하기 그지없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 있을 건 다 있는 만족스러운 공연이다.
커튼콜에서 여섯 배우의 매력이 폭발한다. ‘금요일 밤의 홍대로 안내하겠다’는 송용진의 말처럼 신나는 카피 곡을 들려줌으로써 광란의 분위기를 만든다. 콘셉트 뮤지컬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는 배우의 열정과 음악이 만나 관객과 한 몸을 이루어 신나고 유쾌하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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