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프리뷰] 최고의 직장은 칼퇴근, 뮤지컬 ‘6시 퇴근’

직장인하면 이른 아침 정신없이 일어나 아침은커녕 물 한잔 마시지 못한 채로 황급히 만원전철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거기다 흐트러짐 없는 말쑥한 복장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목을 조이고 있는 넥타이 그리고 복잡한 지하철에서도 놓지 않는 서류가방, 뾰족한 하이힐에 발을 구겨 넣은 그들은 흔들거리는 전철에서 간신히 중심을 잡는다. 뮤지컬 ‘6시 퇴근’은 직장인 하면 떠오르는 모든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놨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캐릭터로 흡입력을 높였다.

 

이 작품은 반복적인 팍팍한 일상에서 음악으로 활력을 불어넣고자 밴드를 결성하는 직장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을 통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이자 사회생활 5년 차에 접어든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자명종이 울리고 떠밀리듯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진동제과 마케팅부의 사원 또한 만원버스와 지옥철의 문턱을 넘어 회사에 뛰어들지만 그들을 반겨주는 건 악마처럼 버티고 서 있는 노부장이다.

 

신제품의 출시에 맞춰 홍보를 위한 UCC 제작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부서별로 당선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당선되지 못하면 정리해고 당할지도 모르는 압박감에 진동제과 직원들은 거의 필사적으로 UCC 제작프로젝트에 매달린다. 노부장의 마케팅부 역시 갖가지 궁리를 하던 중 부서원 가운데 과거 밴드활동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밴드 UCC를 제작하기로 한다. 과거에 밴드였지만 지금은 합주를 한 지 오래다. 버벅거리는 실력으로 밴드 UCC를 멋들어지게 제작할 수 있을지 불안이 쌓여간다.

 

넘치는 열정과 따라가지 못하는 연주 실력, 각자 자신과의 악기와 치열한 싸움을 벌인 끝에 실력은 거짓말처럼 늘고 결국 최고 인기상을 거머쥐게 된다. 신제품 UCC 홍보와 더불어 판매 실적도 수직으로 상승하고 기세가 오른 부서원은 ‘6시 퇴근’이라는 직장인 밴드를 결성, 작은 콘서트도 준비한다. ‘6시 퇴근’ 밴드 안에서 자연스레 우정과 사랑도 싹튼다.

 

행복한 단꿈에 젖은 것도 잠시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진동제과는 급작스러운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구조조정에서 가장 먼저 잘려나가는 이들은 비정규직 직원들이다. 남겨진 사람들 역시 속내가 편치 못하다. ‘희망퇴직을 할 것인가’, ‘어떻게든 줄을 서서 목숨을 연장할 것인가’, 눈치싸움이 이어진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 회사 정문에는 비정규직의 집회가 이어지고 노부장을 비롯한 동료의 빈자리에 마음 아파하던 부서원들에게 ‘작은 콘서트’ 전단이 전달된다. 전단을 매개로 흩어졌던 부서원들은 하나둘씩 모여 예정된 콘서트를 진행한다.

 

이 뮤지컬은 직장인을 통해 직장 사회의 제도적 모순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즈니스맨의 고민을 담아냈다. 직장인들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6시 퇴근’은 2011년 1월 2일까지 예술극장나무와물에서 공연된다.

 

글_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