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투아니아 O.K. 시어터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트해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가 세계 연극계를 평정했다. ,햄릿>, <오델로>로 유명한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의 뒤를 이어 리투아니아 연극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있는 젊은 연출가,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 이미 2002년 서울연극제에서 <불의 가면>을 통해 역동적이고 강렬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바 있던 그가 40일이 넘는 프랑스 투어를 비롯, 미국, 독일, 러시아 등 가는 곳마다 매진행렬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는 최근 화제작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서울을 다시 찾는다. 전 세계적으로 꺼질 줄 모르고 더 해만 가고 있는 리투아니아 연극 열풍! 이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코르슈노바스의 진가를 확인한다. 16세기 이탈리아 몬태규와 캐플릿 가문의 오래된 비극의 무대는 리투아니아의 젊은 연출가 오스카라스의 손에 의해 현대 이탈리아의 피자집으로 옮겨진다. 집안 대대로 원수처럼 지내는 두 피자집은 이제 힘과 칼이 아닌 피자빵 반죽과 밀가루를 가지고 경쟁을 하고 싸움을 벌인다. 각자 만든 피자빵 반죽을 자랑하며 경쟁하는 코믹한 장면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이들의 사랑은 원작보다도 더 낭만적이고도 비극적으로 빚어진다.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고 변형이 자유로운 피자 도우, 그리고 때로는 죽음의 하얀 마스크가 되기도 하고, 로미오에게는 독을, 줄리엣에게는 수면제가 되는 등 사랑과 삶과 죽음의 순간마다 절묘하게 사용되는 밀가루! 이 두 가지 커다란 모티브는 오스카라스의 유머와 재치, 은유와 상징을 나타내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가 된다. 오스카라스의 젊고 신선한 감각, 강렬한 상징에 빛을 더하는 것은 놀라운 무대세트이다. 팽팽한 긴장감과 케케묵은 갈등이 넘치는 두 집안의 경쟁장헤서 애절한 사랑이 오가는 발코니로, 사랑과 죽음의 긴장이 넘치는 줄리엣의 방으로, 그리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운명적인 공간으로 끊임없이 탈바꿈하는 거대한 두 개의 양철 주방은 시시각각 유기적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들, 무대 위에 쏟아지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들, 완벽하게 훈련된 배우들이 쏟아내는 역동적인 에너지와 열정, 이 모든 것이 셰익스피어의 걸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더없이 매력적이고 생생하게 만들고 있다. 이 공연은 5월 5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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