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성의 낭만을 이미지화하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연출 성기웅

오는 12월 2일부터 31일까지 Space111에서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네 번째 작품인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을 공연한다. 연극 ‘깃븐우리절믄날’에서 1930년대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렸던 성기웅 작, 연출의 초연작으로 구보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들려준다. 1930년대에 푹 빠진 연출 성기웅을 두산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나봤다.

 

Q. 주로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다른 것이 섞일 때 흥미롭다. 고정돼있고 변화가 없을 때보다 다른 게 충돌해서 섞일 때가 재미있다. 그 때 들어왔던 근대적 현대적 혹은 도시적인 문화라는 것은 사실 지금과 다르지 않다. 외국음식을 먹으면서 커피를 즐기는 생활이 본격적으로 들어왔던 것이 1930년대이다.  역사, 지나가는 것에 관심을 가질 때나 전근대적인 문화에서 근대적 현대적 문화로 바뀔 때가 흥미롭다. 의상의 변화도 시작되고 다양한 언어도 같이 쓰이는 상황이 흥미롭다.

 

Q. 공연한 작품들 중엔 서울방언이 많이 사용된다. 단어들의 자료 혹은 수집은 어떻게 하는가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문장을 말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없다. 박태원의 소설이 서울말의 보고다. 염상섭의 소설도 마찬가지다. 서울 토박이 작가의 소설들을 주로 본다. 그리고 국어학 쪽에서 나온 방언자료, 아쉽지만 자료는 별로 없다. 당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음성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자료라 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을 통해 더듬어 간다. 사라졌다는 것이 아쉽다. 사실 서울방언은 억양인데, 억양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방언이라 하기가 어렵다. 발음 차원에서 안경을 ‘앵경’으로 하지만 억양을 살린다는 건 어렵다.

 

 

Q. 시대적 배경과 마찬가지로 작품에 구보 박태원과 이상이 등장한다. 창작에 있어 두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술가 캐릭터, 나도 예술가니까.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박태원과 이상이 가장 발랄한 모던보이들이라 생각한다. 소설에 나오듯이 유쾌, 명랑하고 발랄한, 우리는 식민지시대의 지식인들을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로 많이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발랄하고 장난끼 많은 청춘이었을 뿐이다. 정치적인 예술을 반대하고 시대의식, 역사의식, 반일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역설적이게 가장 비정치적인 예술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상은 당시 일본의 파시즘 속에서 불온한 조선인이란 이름으로 체포돼 유치장 생활하다가 건강이 악화돼 죽고, 구보 박태원도 한국전쟁 때 월북해서 북한에서 대접받은 작가가 됐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역사, 정치라는 것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과 예술가의 문제적 삶을 살았던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둘이 짝패처럼 늘 붙어다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구보 박태원에 관심이 있었다. 월북 작가이기에 우리나라에 소개가 잘 안됐다. 당시엔 이상의 친한 친구면서 더 잘 나가던 작가였는데. 처음엔 관객에게 어필하려고 이상을 끌어드린 것도 있다. 작업을 하다보니 불운한 천재이미지가 아닌 이상의 인간적인 면, 잘나가지 못하는 나쁜 남자, 무책임하고 치기어리고 귀여운 면이 있는 인물로 다가온다.

 

Q. 1930년대 경성의 낭만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모던하고 도시적인 것이 당시 사람들의 지향점인데 조선은 가난하고 외국의 것이 쉽게 들어올 수 없었다. 연애에 있어서도 전근대적인 속박으로 자유연애를 마냥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풍족하지 않고 서양을 마음에 품지만 갈수는 없고, 그뿐만이 아니다. 서양문물이 들어와 있는 이미 모던한 동경에도 갈 돈이 없었다. 작품 속에 50리 거리의 지방도 여행할 돈이 없다고 토로하는 장면이 있다. 뭔가 꿈이 있고 동경하는 바는 있지만 거기에 다다를 수 없고 그것을 충족할 만한 돈이나 환경이 안됐다. 제한되는 게 많았으니까 그만큼 꿈이 커져서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았을까싶다.

 

Q. 원작을 무대화하는데 있어서 어려웠던 점이 있는가
대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말하기 때문에 어렵다. 또 문장을 말하면서 낭독하는게 아니라 연기하면서 말한다. 이런 점에서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실험적이다. 배우들도 같은 생각이다. 대사를 할 때 그 인물의 감정을 찾는다면 조금은 쉽게 대사 전달을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배우가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화해서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감정을 걸러서한다. 감정과 말 표현이 일치하지 않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단지 배우가 구보가 되서 ‘지금 이곳은 1934년의 경성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건 관객도 만드는 이도 의문을 품게 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할 수 없는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

하나 걱정인 것은 3년전 공연된 연극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의 재공연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지난 공연은 원작 ‘구보씨의 일일’에서 모티브만 따온 것이고 이번에 공연하는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초연작이다. 관객들이 혼돈할까봐 걱정이다.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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