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프리뷰] 사계절 그리고 세 개의 이야기, 연극 ‘우리가 만나는 계절’

한 해의 끝에 매달려 있는 12월, 참 괜찮은 옴니버스 공연이 관객과 만난다. 연극 ‘우리가 만나는 계절’은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연극 제목처럼 무대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를 만날 수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 ‘스노우드롭’은 기구한 여자의 인생 속 얽히고설킨 세 여자의 희망과 만난다. 여름 어김없이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주공아파트 앞 놀이터. 마을에 불어 닥친 재개발 바람으로 동네 사람들은 다들 어디론가 떠난다. 재개발 붐이 일자, 제집을 버리고 떠나가는 이도 부쩍 늘었다. 다들 떠나버린 마을, 남은 집이라고는 경수네 집을 포함한 몇 집이 전부다. 치매노인이 된 엄마와 함께 힘겨운 하루하루를 사는 경수네 집에 몇 년 전 집을 나갔던 딸 다정이 찾아온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다정은 혼자가 아닌 뱃속에 아빠를 알 수 없는 아이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가족은 모두가 떠나버린 곳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 ‘유치뽕짝’은 잃어버린 기억 속 놀이터에서 잊혀진 가수와 잃어버린 시간을 헤매는 여고생의 만남을 그려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성지는 부상을 당한 후 재활을 위해 스케이트장을 벗어나 학교로 돌아온다. 그러나 매일 차가운 빙판을 가르던 성지에게 학교생활은 낯설기만 하다. 성지에게는 빙판이 학교이자 친구다. 15년 전 반짝 인기몰이한 후 잊혀진 가수 해리. 찰나의 인기를 잊지 못한 채 대책 없이 허세만 부린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 달빛 환한 밤 집 앞 공터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 잊혀진 해리에게 호기심 왕성한 여고생 성지가 우연히 팬레터를 보내게 되고, 그렇게 둘은 놀이터에서 만나게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 ‘당신은 어디 있나요’는 있는 없는 사람, 시간과 장소 그 안에 모인 세 남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재개발 소문이 무성한 동네는 스산함이 감돈다. 그곳에는 무얼 버려도 누가 무어라 하지 않을 공간이 존재한다. 쓰레기가 될지 아니면 재활용이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 그것과 비슷하게 세 남자는 한겨울 자정 무렵 그 스산한 곳에 서 있다. 소설가를 꿈꾸었지만 샐러리맨이 되어 버린 기러기 아빠 성용, 고향과 다르게 번쩍거리는 서울이 좋아 죽는 나이트클럽 영업 과장 재혁, 바다를 좋아하는 조카를 위해 해군에 복무 중인 우현 그들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셋 중에 한 명은 이미 죽었고, 한 명은 오늘 죽을 것이며 한 명은 살아남는다. 죽은 이와 죽을 이 그리고 살아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겨울밤 당신 어디 있는지 나지막이 묻는다.

 

재개발, 기억, 죽음 등 세 가지 요소에 살을 붙여 각각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연극 ‘우리가 만나는 계절’은 12월 31일까지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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