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직장인의 파라다이스 ‘6시 퇴근’

뮤지컬 ‘6시 퇴근’은 100% 공감을 자랑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꼈을법한 이야기를 한곳에 버무렸다. 밴드뮤지컬을 표방한 ‘6시 퇴근’은 인디밴드 네바다51을 전면에 내세워 명실상부한 밴드뮤지컬로 탄생시켰다. 뮤지션의 연기다 보니 소름 끼칠 듯한 연기력은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연기가 발연기라고는 감히 말하지 못한다. 그들의 진지한 눈빛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실린 열정이 캐릭터와의 묘한 일치를 구사하며 사실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뮤지컬 ‘6시 퇴근’은 직장인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을 극 속으로 흡수한다.

 

- 연기가 아쉽다고? 세 배우가 확실히 받쳐준다

 

밴드뮤지컬이 생겨나면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종종 걱정거리로 꼽혀왔다. 화려한 연주실력과 달리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뮤지컬 ‘6시 퇴근’은 연기력 논란을 세 명의 배우로 말끔히 씻는다. 네바다의 연기도 봐줄 만하거니와 다른 배우와의 탄탄한 호흡이 극의 흡입력을 높였다. 소름 끼치는 가창력의 소유자 구성미는 작은 체구에서 엄청난 성량을 과시하며 관객의 두 귀를 번쩍 뜨이게 하고, 노부장은 감칠맛 나는 연기로 극의 흥을 돋운다. 로맨스를 담당하는 위풍당당 최다연은 극에 새콤달콤한 양념을 살짝 더한다. 여기에 네바다의 열정과 라이브연주가 더해져 세 배우와의 완벽한 유기체적 결합을 이룬다.

 

- 뮤지컬 넘버야? 밴드음악이야?

 

뮤지컬 ‘6시 퇴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넘버다. 여느 뮤지컬 넘버와는 확연히 다르다. 꾸미지 않은 날것의 가사와 라이브연주가 만나 무대 위를 파닥인다. 이 날것의 움직임은 관객의 가슴에 깊게 파고든다. 뮤지컬 넘버를 만든 네바다의 애정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는 이내 관객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배우들과 함께 떼창을 하는 묘한 광경이 벌어지게 한다. 같은 넘버가 두 번째 흘러나올 때 관객은 누구 할 것 없이 넘버를 열창한다. 이것이 바로 뮤지컬 ‘6시 퇴근’의 힘이다. 관객의 호응을 억지로 유도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그저 무대 위에서 열심히 논다. 관객도 자연히 그 놀이 속으로 뛰어드는 식이다.

 

- 그들의 눈물이 아프다

 

극 속으로 완전히 몰입된 관객은 극 중 종기의 눈물에 가슴이 미어진다. 비정규직의 비애를 실감 나게 살려낸 배우 오주의 눈물이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그의 애절한 넘버와 나지막한 읊조림은 비정규직의 아픔을 무대 위에 고스란히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은 정년퇴직, 싱글맘, 인턴사원 등 직장인의 어두운 면을 깡그리 모아놨다. 하나하나의 주제는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극 중 직장인으로서 겪는 갈등과 혼란의 상황은 넘버를 타고 관객의 가슴으로 전해진다.

 

- 뮤지컬도 이젠 열린 결말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엔 복잡하다. 우리 삶 역시 깔끔하게 규정되지 못한다. 가슴 아픈 사랑도, 불안한 내 미래도,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 하루아침에 정리될 순 없다. 뮤지컬 ‘6시 퇴근’은 성급한 결말을 제시하는 대신 내버려둠을 선택함으로써 관객의 공감을 백배 이끌어낸다.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다. 뮤지컬 넘버처럼 허접조잡한 기안서는 깨질 테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 출근은 해야 한다. 그것이 직장인의 일상이므로. 살아 있는 캐릭터와 미친 연주실력이 더해져 뮤지컬 ‘6시 퇴근’은 청량하다.

 

뮤지컬 ‘6시 퇴근’의 또 하나의 매력은 1팀과 2팀으로 나누어져 같은 공연이라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1팀은 그룹 야다 출신 장덕수를 주축으로 직장인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밴드뮤지컬 ‘6시 퇴근’은 내년 1월 2일까지 예술극장나무와물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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