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여자! 춘향
작성일200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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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창극에서도
쾌걸 춘향 탄생,
춘향을 통해 알아보는
현대의 여성상
청춘?코믹?멜로 등 유행코드를 적절히 조합하여 성공을 이뤄낸 트랜디 드라마 ‘쾌걸춘향’으로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여인상을 제시한 新춘향이 최근 공연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4월. ‘봄의 향기’로 피어나는 춘향을 선택한 공연은 국립창극단의 111회 정기공연작인 창극 <춘향>과 춘향전과 심청전을 적절히 조화한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고전 ‘춘향전’의 춘향은 첫사랑의 남자에게 정절을 지키며 지고 지순한 모습의 여성상을 보여주지만 요즘 춘향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무대 위에서 보여 지는 춘향은 어떤 모습이며 현대인의 여성상은?
창극 <춘향>은 ‘에로틱 버전’ 춘향이다.
몽룡 : 너는 처녀 나는 총각. 오늘 저녁 연분 맺어 백년해로하여 보자. …
춘향 : 허면, 도련님이 먼저 벗으시오.
몽룡 : (얻어맞은 듯) 춘향아! 매사는 주인이 우선이라 하였으니, 네가 먼저 벗어야지.
춘향 : (잠시 생각한 후 빙그레 웃으며) 매사는 주인이 우선이라 하셨으니, 주인의 말을 따르시오. 도련님이 먼저 벗으시오.
몽룡 : 그러면, 너 하나 벗고, 나 하나 벗자. 우선 네가 먼저 하나 벗어.
창극 <춘향>에서 춘향은 당돌하리만치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여인이다. 몽룡과의 첫날밤에도 동등한 관계를 요구한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 춘향과 몽룡은 첫날밤을 함께 보내고 난 다음날 월매에게 발각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월매에게 하룻밤 사랑을 들킨 뒤에도 춘향은 “규중처녀로 태어나 서방 될 이가 어떠한 줄도 모르고서 시집갔다가 평생신세 그르치면 오죽 원통하겠소. 저는 어머니께 태어나 남녀 내외하지 아니하니, 제 눈에 드는 데로 제가 보아, 도련님 같은 귀공자를 가릴 수 있어 천만다행이오.”라고 응수한다.
춘향과 몽룡의 이러한 당돌한 사랑은 김연수 창본과 신재효의 소설본을 바탕으로 현시대에 맞게끔 창작이 가미된 것이다. 춘향이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하고 일부종사(一夫從事)라는 대의를 위해 수절하는 캐릭터로 알려진 데 비해, 춘향의 수절은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감을 지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의미로 그려진다는 것도 이번 창극의 특징 중 하나이다. 또한 ‘춘향전’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춘향과 몽룡이라는 젊은이들이 몸과 마음으로 나누는 사랑을 보다 세심하고 솔직하게 그려냄으로써 요즘 신세대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작품에 창작을 가미시켰었다. 21세기 현대인의 정서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능동적이고 개성적인 춘향의 캐릭터를 고전 안에서, 창극 <춘향>을 통해서 보여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격찬해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의 춘향은 청순가련한 여인의 춘향에 적극적이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지닌 심청을 합해 놓았다.
몽룡 : 춘향아. 남몰래 치르는 혼례라 이렇게 초라한 혼례상이 전부지만... 내 언약, 이 심장에 새긴 내 사랑만은 세상 어느 남자보다도 굳고 끝이 없단다. 알고 있지?
춘향 : 초라하다니, 당치 않아요... 도련님만 이렇게 내 옆에 있어주면 춘향인 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인걸요.
몽룡 : 사실은... 좀 걱정했었어. 이런 장난 같은 혼인이 어딨냐고 화를 낼까봐.
춘향 : 사실은... 기다렸어요. 도련님 처음 본 그날부터 내내... 꿈꾸며 기다렸어요.
몽룡 : (춘향이 와락 껴안으며) 사랑해. 내 사랑. 내 아내...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의 춘향은 여성의 무기인 내숭을 적절히 표현하며 남자를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여인이다. 또한 사랑의 감정을 속이지 않고 표현하는 현대의 여성을 닮았다. 결국 사랑을 위해 봉사인 아버지를 혼자 남기고 몽룡과 함께 야반도주를 선택하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떳떳하고 당당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여인상을 펼쳐 보일 것이다.
몽룡 : 춘향아. 그래, 잘 지내고 있는거지?
춘향 : 야속하고 야속하기도 도련님 같으실 순 없을거에요.
몽룡 : 춘향아... 너 왜 그래?
춘향 : 춘향이가 정말 꿈을 꾼 건가요? 서방님, 그 맹세, 흔하고 흔한 거짓 맹세였나요? 아니면... 한양에서 다른 춘향이를 만나셨나요?
<인당수 사랑가>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면서도 그 사랑을 의심하는 현대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묘사하기도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박새봄 작가는 춘향뿐만 아니라 몽룡과 변학도도 변화시켰다. 세련된 말투로 젊음의 매력을 뿜어내는 몽룡과 오만함과 비겁함을 지닌 중년남자 변학도.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춘향. 이러한 삼각구도에서 新 춘향은 누구를 선택하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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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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