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서울, 오늘 내가 날려버린다! 연극 ‘서울테러’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잔인한 네 가지. 전쟁, 마약, 살인, 테러. 사라져야 할 악의 조건임에도 우리는 늘 이것들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저 두려움에 떨며 이것들이 자기 자신만을 피해가기 바랄 뿐이다. 그런데 포스터는 무려 서울을 테러하겠단다. 한꺼번에 서울을 날려버릴 만큼 화가 난 자의 경고일까. 얼마나 서울에게 억하심정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에 테러를 한단 말인가.
서울테러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있는데도 포스터는 동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핏빛의 붉은색 바탕도 잔혹해 보이지 않는다. 전쟁을 연상시키는 여러 개의 다이너마이트 또는 미사일도 어린이 로봇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친근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앙증맞은 트리 때문일까, 서울을 날려버린다는 터무니없는 발언 때문일까. 크리스마스에 테러라도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어쨌든 포스터에 쓰인 서울테러는 사람 죽이고 쑥대밭이나 폐허로 만드는 그 테러의 경고가 아니라 처절하고 불쌍한 인간의 절규로 느껴진다.
극단 배우세상의 스무 번째 정기공연 연극 ‘서울테러’는 2, 30대의 청년실업 문제를 되짚어 보는 작품이다. 이 연극은 서울 변두리, 고가 지하철 옆 허름한 옥탑방에 사는 33세의 취업준비생 황장복의 처절한 삶을 그린다. 그는 3년이 넘게 취업준비만 하다 결국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된다.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을 잃은 노상태가 황장복을 위로하지만 세상을 향한 황장복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는 노상태에게 크리스마스 때까지 취업을 못하면 다이너마이트로 서울을 테러하겠다는 허풍을 떨며 내기를 한다.
황장복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궁상맞은 백수의 삶이 진저리나고, 세상에 대한 불만을 점점 키워갈 뿐이다. 황장복은 구체적으로 서울테러의 계획을 노상태에게 설명하기 까지 한다. 얼핏 보면 어이없고 우습지만 처한 현실이 얼마나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으면 이런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울까 하는 연민까지 생긴다.
이 작품은 극단 배우세상의 대표 김갑수 제작, 이종훈이 연출을 맡는다. 김용민, 한동완, 이유진, 이교엽의 열연은 극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더불어 공연 시작 전 모리슨 호텔(남수한)의 미니콘서트도 만나볼 수 있다. 서글프고 초라한 33살 취업준비생의 슬픈 몸부림을 보여줄 연극 ‘서울테러’는 1월 31일까지 배우세상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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