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충격의 국내외 음악극 4편

2011년 LG아트센터가 주목할 만한 음악극 4편을 선보인다. 먼저 파격과 논란의 연출가 하이너 괴벨스와 힐리어드 앙상블이 만들어낸 새로운 음악극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가 3월 26일 개막한다. 이어 한국 연극계의 중심에 서 있는 연출가 서재형의 창작음악극 ‘The Chorus ; 오이디푸스’, 우리시대의 젊은 소리꾼 이자람이 ‘사천가’ 제작팀과 선보이는 판소리 브레히트 ‘억척가’, 그리고 다양한 예술 분야에 우리 음악을 심어 온 멀티 아티스트 원일이 이끄는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음악극 ‘꼭두’까지, 해외 음악극 1편과 국내 음악극 3편이 준비돼 있다.

 

힐리어드 앙상블 음악극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
3.26(토)-27(일) 7pm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무대미학으로 유럽 공연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독일의 작곡가 겸 연출가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 1952년생). 그가 중세와 현대에 집중하는 레퍼토리로 음악계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영국의 아 카펠라 남성 보컬 콰르텟인 힐리어드 앙상블(The Hilliard Ensemble, 1974년 창단)과 만났다.

 

음악극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는 하이너 괴벨스가 고른 세 문호의 시에 따라 작은 살롱, 거대한 벽돌 2층집, 쓸쓸한 호텔 방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힐리어드 앙상블만이 유일한 출연진이 돼 시를 읊거나 반주 없이 아 카펠라로 노래한다. 휴식시간 없이 105분간 시와 노래, 비디오와 세련된 무대 이미지 사이를 신비롭게 오가는 괴벨스 특유의 비범한 연출과, 움직이지 않듯 움직이는, 시를 읊듯 노래하는 정중동(靜中動)의 힐리어드 존재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신개념 음악극 ‘The Chorus ; 오이디푸스’
4.26(화)-5.1(일) 평일 8pm 주말 3pm, 7pm

 

그동안 연극, 뮤지컬,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출역량을 다져온 연출가 서재형이 소리와 음악, 움직임과 이미지로 치밀하게 조직된 신개념 음악극 ‘The Chorus ; 오이디푸스’를 선보인다. ‘The Chorus ; 오이디푸스’는 희랍 비극의 완벽한 모범이라 불리는 ‘오이디푸스 왕’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코러스 장(長)과 열네 명의 코러스(가무단)를 재현해낸다.

 

이번 신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코러스다. 이를 위해 작곡가 최우정, 안무가 장은정과 손잡은 서재형 연출은 코러스의 운용을 통해 음악과 춤을 비롯한 퍼포먼스적 요소를 극대화시킨다. 또한 과감하게 일반 객석을 비운 채 무대 위에 객석을 설치한다. 미니멀한 세트 위에 빛과 영상으로  이미지들을 조합해 단순하고 평면적인 공간을 입체적으로 탈바꿈시킨다. 무대 위 배우들은 가장 원초적 표현 수단인 몸을 움직이고 얽히고 부딪히면서 인간 본능과 감정의 원형을 드러내고 오이디푸스의 의지와 절망을 노래한다. 음악극 ‘The Chorus ; 오이디푸스’는 코러스 존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비중 있게 제시, 기존의 오이디푸스가 지녔던 비극성과 관념을 다른 차원으로 확장시켜 그 광기와 처연함을 강렬하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자람의 판소리 브레히트 ‘억척가’
6.14(화)-15(수), 17(금)-19(일) 평일 8pm 주말 5pm

 

2007년 창작판소리 ‘사천가’를 발표해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이자람과 ‘사천가’ 제작팀이 다시 한 번 뭉친다. LG아트센터와 의정부예술의전당, 판소리만들기 ‘자’가 공동제작하는 ‘억척가’는 이자람의 두 번째 브레히트 도전작이다. ‘억척가’는 ‘판소리의 서사구조가 가진 독특한 재미와 특성을 현대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사천가’의 연속선상에서 연기와 소리, 음악의 결합이 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진다.

 

브레히트의 원작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이 유럽의 30년 전쟁(1618년-164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반면, 이자람의 판소리 ‘억척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적벽가’의 시대적 배경, 중국 삼국 시대(220년-280년)를 배경으로 한다.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이 전쟁에 휩싸인 가족과 어머니에 초점이 맞혀져 있다면 ‘억척가’는 전쟁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를 둘러싼 인간 군상의 여러 감정(공포, 연민, 죽음, 분노, 슬픔)들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이자람은 ‘사천가’에 이어 다시 한 번 대본, 작창, 연기, 음악감독, 1인 4역을 맡아 약 15명 의 캐릭터를 혼자서 소화하게 된다. 또한 ‘사천가’의 음악팀이 다양한 리듬악기를 라이브로 연주하며 극을 쫓을 계획이다.

 

바람곶의 음악극 ‘꼭두’
10.20(목)-22(토) 평일 8pm 주말 4pm

 

LG아트센터가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과 함께 음악과 한국전통의 꼭두 미술, 춤과 연극이 결합된 음악극을 제작한다.

 

‘꼭두’는 상여를 장식하는 목각인형을 일컫는 것으로 인물, 용, 봉황 등 현실적 또는 비현실적 존재들이 형상화돼 있다. 그 중에서도 해학적이고 귀여운 모습의 다채로운 인물 꼭두들은 망자를 호위하고 시중들며 위로하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음악극 ‘꼭두’는 외로운 망자들과 동행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가는 꼭두들의 세계, 그들의 시간과 공간을 무대 위에 풀어놓는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하고 관객과 만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핵심 요소는 바로 ‘소리(음)’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등 우리 전통 악기가 빚어내는 소리, 의태어와 의성어를 활용해 창조한 다양한 소리들은 극 속의 시간과 공간을 형성하고 꼭두들을 깨어나게 하며 꼭두들과 망자의 관계를 맺고 풀게 하는 중심력이 된다. 바람곶의 예술감독 원일은 이 극에 대하여 “‘음악극’이라는 말보다는 ‘소리연극’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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