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in] 인간 존재의 고독, 연극 ‘됴화만발’의 무사 ‘케이’

연극 ‘됴화만발’의 ‘케이’는 이 천 년이라는 세월을 짊어지고 살아온 고독한 남자다. 그는 강인한 어깨와 흙투성이의 험상궂은 얼굴, 날카로운 검을 들고 있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서늘한 그늘 아래 오로지 혼자다. ‘케이’는 혼자가 아니기 위해 혹은 혼자이기 위해 끊임없이 죽이고 죽이는 삶을 산다. 사랑에 빠진 모습, 싸우는 모습, 불안한 모습에서조차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무사 ‘케이’는 어떤 인물일까.

 

칼날 같은 외로움, 무사 ‘케이’

 

‘칼’은 양날을 번뜩거리며 차갑게 빛나고 있다. 누군가의 목숨을 쉽게 앗아갈 수 있는 냉정함과 누군가를 위해 단단해지고 달궈지는 뜨거움을 동시에 지닌 채 말이다. 연극 ‘됴화만발’ 속의 ‘케이’는 칼날 같은 인간이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갖기 위해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지만, 사랑하는 여자 ‘단이’를 자신의 것으로 지키기 위해 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케이’는 외롭다. 사랑하는 이가 있어도, 자신의 곁을 말없이 지키는 이가 있어도 외롭다.

 

연극 ‘됴화만발’은 ‘인간 존재의 외로움’을 담은 연극이다. 극작가이자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무사 ‘케이’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본질적 외로움을 담아냈다. 그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검객, 괴담, 설화, SF’ 등의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독특한 상상력을 이용해 스타일리시한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무사 ‘케이’의 외로움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김으로써 더욱 확장된다. ‘케이’는 두려움과 공포따위는 없는 강렬한 여자 ‘단이’에게 매료된다. ‘케이’는 ‘단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산에서 큰 도시로 이사를 하기도 하고, 그녀가 원하는 사람의 머리를 구해다 주기도 한다. 하지만 ‘케이’는 행복하지 않다. ‘단이’를 통해 가득 채워졌던 가슴은 세월을 따라 사라졌다. 오히려 불안함과 알 수 없는 허전함만이 남았다. 그는 ‘단이’와 함께 복숭아 숲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는 결국 혼자 남는다. 축복이 되어야 할 영생의 삶은 그에게 영겁의 외로움을 주었다. ‘케이’는 그간 겪어온 고통과 고뇌와 외로움을 다시 마주쳐야 한다. 또 다른 ‘단이’를 기다리면서, 외롭지 않기를 고대하면서 다시 살아가야 한다. 인간은 무엇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외로움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지만 죽음이라는 끝이 있다. 하지만 ‘케이’는 죽을 수 없다. 그는 영원히 그렇게 칼날 같은 세월을 끌어안고 온몸을 베이며 끝없이 살아야만 한다.

 

 

고독과 순수의 경계에 그가 있다, 무사 ‘케이’를 맡은 배우 박해수

 

배우 박해수는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08년 한국 창작뮤지컬 ‘사춘기’에서 고교생을 연기했다. 1년 뒤인 2009년에는 연극 ‘39계단’에서는 서른일곱 독신남을 연기했다. 그는 나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최근 공연계의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연극 ‘됴화만발’에서 ‘박해수’는 순수하면서도 잔혹한 무사 ‘케이’를 맡았다. 그는 이천 년이 넘는 세월을 넘나드는 ‘케이’ 역을 감각적인 해석으로 담아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파워풀한 액션과 격렬한 연기를 펼치며 여성 관객뿐 아니라 남성관객의 마음도 사로잡고 있다.

 

연극 ‘됴화만발’은 9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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