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it] 붓 끝에 낚아 올린 한 세상 바람, 국가브랜드공연 ‘화선 김홍도’

화선지 위에 누군가 붓을 놀렸는지 먹이 짙음으로부터 옅음으로, 가득참에서 여백으로 스며들 듯 뻗어 나가고 있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여백은 ‘비어있되, 비어있지 않음’으로 포스터를 가득 메우고 있다. 아래쪽으로는 익숙하고도 친숙한 지난 얼굴들을 오밀조밀 모여 배위에 올라타 있다. 그 옛날 장터로 나가던 어느 강가 마을을 보는 듯한 광경은 친밀하게 느껴진다.


국가브랜드공연 ‘화선 김홍도’는 지난 7월 초연했다. 이 공연은 초연 당시 8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랑받았다. 작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8세기 화가 김홍도의 대표작들을 한국적 춤, 음악, 연극이 모두 어우러진 가무악극 형식으로 영상기법을 결합해 보여준다.


오른쪽에는 일필휘지로 거침없이 써낸 ‘화선 김홍도’라는 제목이 드러나 있다. 글도 그림처럼 아름답게 써내려가는 동양화의 정신이 담겨있는 듯하다. 김홍도의 그림처럼 친근하면서도 담대한 기개로 써내려간 이름 옆에는 ‘단원’이라 적힌 낙관이 붉게 찍혀있다. 국가브랜드공연 ‘화선 김홍도’는 제목처럼 단원 김홍도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은 김홍도의 일대기를 그리는 전기적 방법에서 벗어나 그의 그림 세상만을 드러낸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홍도가 화폭에 담은 그림과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통해 그림 속 메시지를 풀어낸 방식으로 전개된다.


포스터 ‘화선’이라는 단어 아래에는 ‘붓 끝에 낚아 올린 한 세상 바람’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 문구는 붓으로 조선의 풍경을 섬세하고도 재치 있게 담아낸 김홍도라는 인물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김홍도는 시대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다. 당시 모든 것을 중국에 기준을 두던 시대상과는 달리 그는 우리 생활에 담긴 풍속과 강산을 그려냈다. 이번 작품은 그의 붓 끝에서 피어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왼쪽 상단에는 ‘국립극장 국가브랜드공연’,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폐막작’이 명시돼 있다. ‘국가브랜드공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를 담은 공연이다. ‘화선 김홍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가장 조선색이 짙은 풍경을 담아낸 작가다. 10월 25일부터 10월 29일까지 다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무대에 오르는 ‘화선 김홍도’는 ‘2011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의 폐막작’으로 공연된다.


국가브랜드공연 ‘화선 김홍도’는 전통적인 요소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본질적인 리듬과 호흡을 우리의 것으로 가져가는데 중점을 뒀다. 음악에서 우리의 장단과 선율 등 한국적인 리듬과 민요를 주로 사용하고 판소리, 정가와 같은 한국 고유의 창법을 사용한다. 오케스트라 구성도 20인조 국악관현악단에 10인조 서양 오케스트라를 함께 편성했다. 서양악기들이 함께하짐나 우리 선율과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안무 역시 단순히 전통적인 춤사위가 아닌 동작에 율을 얹어 양식화하는 형태로 창작됐다.


이 작품은 드물게도 국립극장의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모두 참여한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에 ‘성기윤’이 맡았던 ‘손수재’ 역을 ‘최민철’이 맡는다. 그 외에도 ‘박철민’, ‘류창우’, ‘민은경’ 등을 비롯해 90여 명의 배우들이 함께 한국적이고도 대중적인 소리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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