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거대한 삶’, 작가 복거일이 말하는 ‘만보산사건’

연극 ‘거대한 삶’이 2월 9일부터 2월 19일까지 아르코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영어의 국어화’, ‘화폐의 달러화’ 등을 주장해온 소설가이자 문화포럼대표로 활동 중인 복거일 작가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독립운동사 연극개발 지원사업의 첫 번째 선정작으로 일제강점기의 ‘만보산사건’을 소재로 친일파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담는다.


“연극 ‘거대한 삶’,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진실일까’서부터 시작됐다”


이번 작품은 일제강점기 시기에 벌어진 ‘만보산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만보산사건’은 1931년 7월 2일 열린 중국 지린성 만보산 지역에서 조선인 농민과 중국인 농민 사이에 벌어진 유혈 사태를 말한다. 이는 ‘일제가 조선의 식민지 상황에서 만주로 이주한 조선인을 중국 침략에 이용하기 위해 벌인 음모’ 혹은 ‘조선인이 가해자인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 복거일은 잊혀진 ‘만보산사건’을 연극 ‘거대한 삶’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복거일은 ‘만보산사건’을 소재로 희곡을 쓴 것에 대해 “‘만보산사건’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진실일까’, ‘과연 진실이 그렇게 쉽게 밝혀질 수 있겠느냐’라는 의문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됐다. ‘만보산사건’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이 똑같이 애국자임에도 누구는 독립운동가로, 누구는 친일파로 알려져 있다.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고 그 너머에 있는 민족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친일파 옹호?…민족 전체의 거대한 삶이 있는 것”


작가 복거일은 이번 작품에서 작품이 친일파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사람들은 다 자기 둘레의 사실로만 이야기한다. 그 기준이 민족의 이익처럼 거대해지면 제각기 혼란스러워져 답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도 좌우로 나뉘고 의견이 분열돼 있는데 어떻게 몇십 년 전의 사건에 대해 어떻게 ‘민족의 이익이 이것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너머에 민족 전체의 삶이 거대하게 있기 때문에 늘 그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구분이 아닌 일제강점기 시기의 다양한 역사적 시각과 관점에 대해 드러낸다. ‘만보산사건’을 고증을 바탕으로 그만의 시각을 덧입힌 희곡 작품이다. 연극 ‘거대한 삶’은 주인공 이종형과 김리삼을 통해 민족의 위기 상황에서 대립하는 두 사람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사회 주류를 거스르는 것은 힘든 일”


복거일은 사회의 통념으로 자리 잡은 것들을 반박하는 의견을 제시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영어를 국어처럼 사용하자’ 등의 의견을 내며 수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다. 보편적 사회 흐름을 거스르는 일에 대해 복거일은 “사회의 주류를 거스르는 일은 힘들다. 내가 의견을 낼 때마다 욕을 많이 먹었다. 영어를 우리말로 쓰자고 했을 때는 ‘복거일과 이완용은 지구를 떠나라’라는 말도 들었다. 나에게 반발하는 사람은 논리가 없지만 나는 논리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의견에 대해 거친 이야기를 듣더라도 욕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글로 쓰는 것과 관객을 직접 만나는 연극무대는 다르다. 관객의 바로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연출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뜨겁다고 알 정도가 되면 흥행이 됐다는 것 아닐까?”라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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