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M. Butterfly’ 김광보 연출가 인터뷰①
- 최근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를 비롯해 연극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 만만치 않은 작품을 연달아 맡으셨어요.
작년 11월 말까지 만 2년간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임기를 마치면서 어렸던 시절처럼 ‘미친 듯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우연하게 작년 연말부터 올 초반까지 만만찮은 작품들이 저에게 들어왔습니다. 어떤 작품을 하던 어려운 것이니 이왕이면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전력투구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했습니다. 그 시작이 연극 ‘엠나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초반에 너무 힘을 뺐어요.(웃음)
- 이제야 막 전력투구를 하겠다고 하셨는데.(웃음)
그러니까요.(웃음) 지금은 고연옥 작가와 함께하는 40분짜리 낭독공연 ‘내 이름은 강’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6월 24일부터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공연합니다. 이후에는 극단 ‘청우’ 작품을 해요.(그는 극단 ‘청우’의 대표다.) 올 초 극단에서 워크숍을 했던 작품인데 반응이 좋았어요. 한국적 각색을 거쳐 ‘12명의 좋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할 것 같아요. 그리고….
- 또 있으세요?
제가 미쳤습니다.(웃음) 9월에 극단 ‘청우’ 작품을 또 해요. 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은 작품 중에 ‘그게 아닌데’라는 작품이 있어요. 올해 1월 초에 창작희곡 페스티벌에서 당선된 작품입니다. 낭독공연을 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단막으로 올랐던 공연을 제가 작가에게 장막으로 한 번 써보지 않겠냐고 말했어요. 9월에 정보소극장에서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11월에 하는 ‘드라마틱 칸타타 김구’라는 작품도 제가 정말 재미있어서 하겠다고 했어요. 작곡가가 강준일 선생님이세요. 강준일 선생님의 음악을 들어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해 온 ‘음악극의 결정체’라고나 할까요. 이 작품은 제작 여건이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무조건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제가 좀 돈이 안 됩니다.(웃음)
-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으세요?
지금 체력적으로 힘든 건 고비를 지났고요. 장인 기질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광보가 왜 저렇게 다작을 하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쉰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직은 에너지가 있는 거겠죠. 그래도 작품 짤 때 겹치게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 연극 ‘엠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연습현장에서 ‘극이 어려워서 관객이 어려워하지 않을까’하고 말씀하셨어요. 막상 공연을 보니 잘 정리가 돼서 생각보다 안 어렵더라고요.(웃음)
서울에서 연출 데뷔한 지 딱 만 18년째입니다. 18년 역사상 어려움이 있었던 작품이 딱 두 편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가 ‘브레히트’의 작품이었습니다. ‘와, 이 작가 미치겠구나, 내가 감당이 안 되는구나’ 했었어요. ‘브레히트’는 연극사의 한 부분을 완성한 사람이잖습니까. 그 공력에 밀리더라고요.
두 번째가 연극 ‘엠나비’입니다. 형상화하기가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무대디자인을 5번이나 퇴짜 놨어요. 여섯 번째 무대디자인이 딱 도착했을 때는 거의 공연 초읽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줄타기를 했죠. 무대를 형상화 시켜줄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대에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무대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 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데 결국 해냈어요.
이 무대도 조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가 조명디자이너 출신이다 보니 작품 할 때 조명 디자이너에게 잘 못 맡깁니다. 소극장은 웬만하면 제가 하고요. 이번에 같이 하게 된 최형오 디자이너는 조명을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무대에 통합과 분할의 개념이 있다면, 조명도 통합과 분할이 가능해야 하거든요. 조명이 최고예요. 조명이 공간을 분할해 준 것이죠.
- 연극 ‘엠나비’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
연극 ‘엠나비’에 대한 ‘진실과 오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오해는 초연입니다. 이 작품이 90년대 초 한국에서 초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작품이 동성애에 초점이 많이 갔던 것 같아요. 90년 초에 대학로의 야한 연극이라는 오해를 받았죠.
오해 두 번째는 영화 ‘M. Butterfly’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제레미 아이언스’의 깊은 눈을 기억합니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쓸쓸한 눈은 클로즈업이라는 영화적 특성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문제는 영화와 연극 매체의 차별성을 두지 않는 일부 관극 태도입니다.영화와 연극은 다릅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크래쉬’, ‘폭력의 역사’ 등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든 사람입니다. 하지만 영화 ‘M. Butterfly’는 감독의 작품 중 실패한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지요. 우리는 왜 실패한 영화를 두고 호의적일까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제레미 아이언스’이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 송 역할을 맡은 ‘존 론’은 어떻게 보셨어요?
영화사에서 이 영화의 ‘존 론’을 평가할 때 ‘막대기 같은 여자’라는 평가를 했었습니다. 그만큼 존 론에게도 아쉬운 작품이지요. 우리 작품에서 (김)다현이는 그나마 여자 같고, (정)동화는 여자 같지 않습니다.
르네가 송에게 빠진 건 여성스러워서가 아닙니다. 연극에는 영화에서 삭제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르네가 자신의 전사(前事)를 이야기하는 장면인데요. 르네는 아주 소극적이고, 고등학교 때 섹스 한 번 겨우 해본 별 볼 일 없는 인간입니다. 환상만 잔뜩 가지고 있는 거죠. 르네는 ‘마담 버터플라이’ 공연을 봤을 때 이미 송에게 완전히 반한 겁니다.(웃음) 이상형이라고 할까요. 환상 속에 그리던 사람을 현실에서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 조금 전 르네는 송이 ‘여성스럽기 때문에 사랑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르네가 여성스럽지 않은 송에게 빠진다는 것은 르네가 남성스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송은 여성으로 꾸미고 있지만 남성적인 모습이 존재합니다. 저희끼리는 중성적이라고 말하는데요. 르네는 송을 통해 자신의 남성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바꿔 말하면 동질감을 느끼며 ‘거울 보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송에게 빠져 드는 거죠.
(②에서 계속)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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