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눈을 뜬 여인, 연극 ‘몰리 스위니’
201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선정작 ‘몰리 스위니(Molly Sweeney)’가 9월 3일(월)부터 9월 9일(일)까지 미마지 아트센터 눈빛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몰리 스위니’는 40년 간 앞을 보지 못하던 한 여인의 개안 수술과 관련된 회고적 진술을 37개의 독백으로 구성한 독특한 희곡이다.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거나 소통하는 일 없이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관객들은 사건의 전개나 인물 간의 갈등, 해결 과정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 각자가 내면에 담아두었던 독백을 들으면서 그들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은 타인에 의해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잃게 되는 한 여인의 비극에 아일랜드의 비극을 투영했다. 작품 속 남편 프랭크와 안과의사 라이스는 영국 식민지배 세력을, 두 사람에 의해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잃어버린 몰리는 탈식민주의 아일랜드의 현 상황을 반영한다. 아일랜드 공화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진솔한 성찰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작품 속 몰리는 두 남자에 의해 시력을 회복하지만 결국 ‘보이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도 ‘보이는 세계’에서도 추방당한 몰리는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사이를 유랑한다.
2012년 극단 유랑선의 ‘몰리 스위니’는 초연과 달리 등장인물의 행동과 그들의 진술을 면밀히 기록하는 공간으로 극장을 꾸밀 예정이다. 스태프들이 무대 안에 직접 출연해 세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필름으로 담아내며, 관객은 일정 거리를 두고 그 과정을 관찰하게 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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