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막 오르는 공동창작연극 ‘고통에 대한 명상’

살아있다는 것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고통은 소리가 되고, 소리가 말이 되고, 그 말이 다시 고통을 불러온다. 연극 ‘고통에 대한 명상’은 두 개의 짧은 이야기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가 내뱉은 말로 인해 끊임없는 고통의 사슬 속에서 죽어가는 ‘고래’ 이야기와, 고통의 소리를 먹으며 자라나 인간의 고통 그 극한의 소리를 찾아 헤매는 ‘넉손이’ 이야기다.


‘고통에 대한 명상’은 공연 창작집단 ‘뛰다’와 인도 예술가들의 교류 과정에서 탄생했다. 인도의 전통연희 ‘꾸디야땀’의 형식에서 영감을 받아 극도로 제한된 원형무대, 절제된 말, 극대화된 신체표현. 미니멀한 음악으로 무대를 만든다. 동시에 배우 스스로가 작가이자 연출가가 되어 작품을 구성한다. 작품은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시어터송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커다란 판을 이끌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가이드 배요섭에게 공연에 대해 물었다.


- 인도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인도와의 교류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2010년에 인도 공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인도 공연 관계자들이 공연을 좋게 봐주셨다. 덕분에 인도 예술가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그 인연이 이어져 2012년 1월에 인도 아디샥티 극단과 한 달 동안 워크숍을 진행했다. 서로의 훈련 방법 등을 교환하며 같이 배우고 토론했다. 그 과정에서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국에 돌아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탄생한 것이 연극 ‘고통에 대한 명상’이다.


- 인도의 아디샥티 극단과 함께 작업하며 어떤 부분이 통했나.


아디샥티 극단은 전통연희와 무술에 뿌리를 두고 연구와 실험을 해오고 있다. 우리 또한 한국 전통 무용 등을 훈련의 기반으로 삼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이 비슷했다. 두 극단 모두 단순히 무대에서 희극 베이스로 공연을 하지 않는다. 함께 연극의 기원, 연기와 춤과 음악이 묶여있는 어떤 지점들을 탐구했다. 즉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는 지향점이 같았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본다. 표현 방식은 달라도 문화 인류학적 기원에 대해서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 뿐 아니라 일본 극단들과도 교류 중인데, 다음에는 토리노게키단(鳥のげきだん)과 새로운 작품을 하게 될 것 같다.

 


- 고래 이야기가 들어간다. 고래가 뜻하는 의미가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고래는 바닷속에서 홀로 침묵 속에 잠겨 있다. 우리는 고래의 소리를 듣긴 하나 실제로 맞닥뜨린 적은 없다. 신비한 존재라는 측면에서 ‘고래가 가지고 있는 말’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고래가 말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작아지며 결국에는 점이 되어 없어진다. 고래의 커다란 부피가 작아지는 과정이 중요한 모티프다.


- 일반적으로 연출이 진두지휘하는 작품과 차별된다. 크리에이티브 가이드로서 공동 창작 작품을 이끄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크리에이티브 가이드 역할은 어렵다기보다는 흥미롭다. 연출자 입장에서 연출의 생각들을 배우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거꾸로 배우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조율하는 역할이 재미있다. 연출가로서도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공동 창작 작품이기에 전체의 콘셉트나 메시지보다도 배우의 존재감이 앞선다. 연출가이자 작가로 활동한 배우들의 생각,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을 작품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관객이 공연을 통해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스러워 죽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고통을 부정적으로 보고 없애려 한다. 고통 그 자체를 긍정하는 순간 고통은 삶으로 전환되고 의미가 생긴다.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고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일반적인 연극을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은 구체적이고 명료한 이야기를 원한다. 작품이 어떻게 보면 난해해 보일 수 있다. 이 작품은 물론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보다도 이야기를 감싸고 있는 무대 위 배우들의 존재를 통해서 작품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를 찾고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하는 순간 어려워진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무엇을 하며 어떤 정서를 느끼는지 보이는 대로 즐기고 느꼈으면 한다.

 


남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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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공연창작집단 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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