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서 ‘헤비메탈’을 외치다! 연극 ‘헤비메탈 걸스’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의식이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식상한 내용과 소재는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다. 공연들도 그런 관객들의 요구에 응하고자 더욱 기발하고 독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법정극, 미스터리극, 공포극 등 다양한 공연들이 인기를 얻는 중 연극 ‘헤비메탈 걸스’의 등장은 참신하다. 연극 ‘헤비메탈 걸스’는 11월 15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 한성아트홀 1관에서 공연한다.
검은 가죽 재킷과 화려한 분장, 반짝이는 액세서리가 나오는 포스터는 강렬하다. 연극 ‘헤비메탈 걸스’는 제목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중들에게 익숙지 않은 헤비메탈이라는 음악장르를 내건 연극 ‘헤비메탈 걸스’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 많다. 연극 ‘헤비메탈 걸스’를 쓰고 연출한 최원종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 이번 공연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이번 공연은 30대 후반 아줌마들이 주인공이다. 20대에 부유하게 자란 그들이 IMF 이후에 몰락을 하고 현실적인 생활력을 갖도록 강요받는다. 그러다 회사에서 정리해고당할 위기에 놓이고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사장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헤비메탈을 배운다. 부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현실적 어려움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30대의 아줌마들의 이야기이다.
- ‘헤비메탈’이라는 음악 장르를 이용한 점이 흥미롭다.
헤비메탈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헤비메탈 마니아였다. ‘딥 퍼플’, ‘블랙 사바스’, ‘메탈리카’ 등의 메탈 밴드들을 좋아했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어떤 연극적인 소재를 이용할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 메탈을 좋아했던 추억이 떠오르며 작품에 이용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전에도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전에 공연한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는 헤비메탈보다 더 과격한 ‘데스메탈’이라는 장르를 이용했다. 데스메탈을 했던 사람들이 음악의 꿈을 접고 에어로빅 체조대회에 나가는 도전 이야기다. 이런 경험이 연극 ‘헤비메탈 걸스’를 구상하는데 일조했다.
- 연극에 헤비메탈 장르를 접목시키며 고민도 많지 않았나?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관객들과 만나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헤비메탈은 사람들에게 낯선 장르다. 하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헤비메탈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단순히 시끄럽고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활력을 주고 사람들에게 풍요로움을 선물하는 음악이다. 세상에 대한 당당함,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상징한다. 이런 헤비메탈의 매력이 30대 아줌마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진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이런 매력을 알 수 있길 바라고 이런 부분에 집중하여 공연을 제작했다. 또한 헤비메탈 음악을 좋아했던 관객들은 자신의 옛 모습을 추억하길 바란다.
- 공연 중에 헤비메탈 음악이 연주되나?
실제로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헤비메탈을 배우는 30대 후반 아줌마들의 드라마가 주된 내용이다. 이번 작품에 유명한 밴드들의 음악을 연주하지는 않지만 관련된 오프닝 영상을 공연장에서 틀 계획이다. 관객들이 유명밴드들의 모습을 보며 열광했던 시절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공연 전 하우스음악도 유명밴드들의 음악을 틀 예정이다.
- 작품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헤비메탈을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는 일이란 것을 알았으면 한다. 헤비메탈이 단순히 마니악한 음악이 아니라 활력을 주는 음악이라고 인지하길 바란다. 사회적인 이야기도 전하고 싶다. 사회가 주는 억압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약자로 변하는 사회이다. 그러나 그들이 약자가 아니며 그들의 자존감과 당당함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코미디’라는 장르를 이용한 것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관객들이 즐겁게 공연을 보며 의도한 바를 편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 배우들이 헤비메탈 음악을 배우며 어려워하기도 했을 것 같다.
어렵기 때문에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한 달 반 동안 악기를 배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헤비메탈 장르에서 주로 이용하는 발성법을 배우는데 주력했다. ‘그로울링’과 ‘샤우팅’이라는 것인데 이를 위해 헤비메탈 전문가를 초빙했다. 많은 배우들이 열심히 했고 성과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박미현 배우가 매우 잘했다. 헤비메탈 전문가가 박미현 배우에게 어려운 소리를 잘 낸다고 칭찬했다.
- 공연을 준비하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헤비메탈의 ‘샤우팅’과 ‘그로울링’은 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비슷하다. 개의 울음소리와 짖는 소리를 연습하는 게 재미있었다. 변비에 걸린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힘을 내며 외치는 소리도 헤비메탈에서 내는 소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괄약근에 힘을 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연습했다. 그런 순간을 공연에서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 공연 이후에 어떤 계획이 있는가?
헤비메탈, 데스메탈이라는 음악 장르를 소재로 공연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그 전에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가 있었고 독회공연 ‘우리들’이라는 것이 있었다. 내년 4월에는 헤비메탈을 다룬 작품을 네 번째로 연출한다. 이시원 작가가 쓴 연극 ‘메탈홀릭’이다. 50대 아저씨들이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이야기다. 헤비메탈을 소재로 한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다. 8월에는 이시원 작가가 쓴 연극 ‘좋은 하루’를 극단 ‘연우무대’와 함께 재연한다. 귀신을 좋아하는 30대 중후반 인물과 일본 유학생의 사랑 이야기다.
- 연출가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드라마가 강한 코미디 연극을 만들고 그것을 연출하는 것이 목표다. 2002년에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고 4년 전부터 작가와 연출을 겸해 일했다. 작가로서만 활동한 시기에는 주제가 무겁고 인간의 심연을 파헤치는 잔혹한 이야기를 주로 썼다. 그러다 극작과 연출을 같이 해오면서 관객들과 만나는 대중적인 작품을 쓰는 것이 목표가 됐다. 상업극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국가대표’처럼 재미있지만 나중에는 삶에 대한 질문을 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
조원재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명작옥수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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