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감동과 연극의 재미를 한 번에, 연극 <부활> 연습현장

"안녕하세요. 오늘도 부활하세요."
"오늘도 부활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오는 18일 개막을 앞둔 <부활>의 연습은 이처럼 독특한 인사말로 시작하고 끝난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원작을 고선웅이 각색·연출하고 서범석·예지원이 주연을 맡은 연극이다. 지난 2일, 처음으로 런쓰루가 진행된 이 작품의 연습실을 방문했다.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리나>와 더불어 톨스토이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부활>은 젊은 날 자신이 유린했던 여자가 매춘부가 된 것을 알게 된 귀족 네흘류도프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스스로의 영혼도 구원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제정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한 법제도와 민중들의 비참한 삶, 부패한 귀족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함께 담겼다.

<리어외전><푸르른 날에>에 이어 이번 작품을 이끌게 된 고선웅 연출은 톨스토이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소설에서 느꼈던 감동과 더불어 연극적 재미를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공연에 담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다 표현하려고 합니다."

'연극적 재미'를 살리기 위해 <부활>에 가미된 것 중 하나는 배우들의 합창. 독일 출신의 미하엘 슈타우다허(Michael Staudacher)가 작곡한 음악은 드라마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면서 듣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폴란드의 알렉산드라 와시코우스카(Alexandra Wasikowska)가 디자인한 무대와 <아마데우스>의 박호빈 안무가가 고안한 안무도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아르센 루팡> 출연 이후 오랜만에 희망했던 연극무대에 서게 된 서범석은 갈증을 푼 듯 개운하면서도 기대에 찬 얼굴이었다. "작품은 물론이고 연출님, 극장, 모든 것이 다 좋았어요. 그 동안 뮤지컬 배우로 살아오면서 노래는 눈동자 한번 안 흔들리고 잘 할 자신이 있었는데, 연기는 좀 부족하고 불안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런 점을 채워서 다시 연기자로서 거듭날 수 있는, 서범석이 '부활'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선뜻 한다고 했죠."

서범석은 자신이 맡은 네흘류도프 공작에 대해 '카츄사를 통해 구원받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네흘류도프가 어렸을 때는 바르게 살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나쁜 물이 들죠. 그러던 중에 집에서 일봐주던 여자를 범하고는 그 당시 귀족들이 흔히 그랬던 것처럼 습관적으로 돈을 준 거에요.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화대가 된 거죠. 12년 후에 법정에서 창녀가 된 여자를 보고 네흘류도프는 자기 때문에 여자가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거죠."

"좋은 대사들이 너무 많아요. 왜 고전인가 알 수 있을 정도로." 고전의 감동을 음미하며 연습에 임하고 있다는 그는 <부활>의 또 다른 매력을 꼽았다. "고선웅 연출님의 화법, 틀에 박혀있지 않은 양식이 있어요. 관객 분들도 재미있을 거에요. '아, 저런 것이 연극이구나' 하실 것 같아요. 연극만이 가질 수 있는 색깔, 언어를 제대로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예지원에게도 이번 작품은 각별하다. '연극은 치유'라고 말한 그녀는 카츄사라는 인물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카츄사의 대사 중에 '당신은 나를 미끼로 절대 구원받을 수 없어요'라는 말이 있어요. 나도 평소 내 이기적인 행동을 이런저런 이유로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더 많은 것을 내려놔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스스로 더 깊어져야 카츄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관객분들께도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겠죠."

90년대 초 성좌극단에 들어가 단역으로 연극에 출연하던 예지원은 연극계를 떠나 한동안 TV·영화 속에서 활약, 10여 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와 2011년부터 <미드썸머>와 <서툰 사람들> 등에 출연해왔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극단 시절 동경하던 선배들을 만나 함께 연습하며 그간의 세월을 돌아보게 됐다고.


"<부활>을 하면서 그간 내가 잘 살았나 보다,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극단 시절 선배들을 보며 무대에 서는 걸 꿈꿨는데, 지금 그 분들과 같이 연기한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요. 그간 살아온 날들도 정리하게 되고요. 이번 작품이 내 인생의 한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부활>에는 <양철지붕>에 출연했던 이찬우·정헌호·조영선을 비롯해 이승철·류동철·김미옥 등 중견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연륜 있는 배우들이 주고받는 묵직한 호흡이 무대를 더욱 가득 메울 예정이다. <부활>은 오는 18일부터 6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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