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0년 거장이 연출한 베르히만의 작품, <가을소나타>
작성일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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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을소나타>가 지난 22일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극단 산울림 대표이자 원로연출가인 임영웅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을소나타> 제작진은 공연에 앞서 22일 낮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가을소나타>는 스웨덴의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1978년 선보였던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피아니스트 샬롯과 그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딸 에바가 7년 만에 재회한 후 일어나는 일들을 치밀한 심리극으로 담아냈다.
임영웅 연출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작품을 위해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를 비롯해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손숙, 한명구, 서은경 등이 모였다. 최근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함께 출연했던 손숙과 서은경이 샬롯과 에바 모녀를 연기하고, <챙!>의 한명구가 에바의 남편 빅토르로 분한다.
이날 제작진과 배우들은 시연에 앞서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1955년 <사육신>으로 데뷔해 최근 공연했던 <챙!>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임영웅 연출은 연출을 오래 했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연극을 60년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 연극을 계속 봐주신 관객들과 함께 했던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는 소회를 전했다.
평생을 매진해온 연극에 대해 “연극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아, 이런 삶도 있구나’ 하면서 나도 인생에 대해 배웠고, 또 관객들에게도 삶의 지혜와 방법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람다운 삶을 살려고 하는 모든 분들에게 내 연극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임 연출은 60주년 기념작으로 <가을소나타>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 “6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작품을 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스웨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자는 뜻이 있었다. 스웨덴의 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모녀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임영웅 연출, 박명성 대표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도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가을소나타>까지 다섯 번째로 임 연출과 함께 하게 된 그는 “이렇게 어른들을 모시고 공연할 때마다 연극에 대해 하나하나 다시 깨우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연극을 만들지 고민하게 된다. 나도 연극에 입문한지 30년 됐지만, 임영웅 선생님은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연극을 지켜오시지 않았나 싶다.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영광이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이자 데뷔작부터 임영웅 연출과 함께 해온 손숙 역시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남다른 감상에 잠겼다. 손숙은 “연극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두 분이 돌아가신 이해랑 선생님과 임영웅 선생님이다. 얼마 전 임영웅 선생님이 크게 아프셨는데, 그 때 ‘다시 연극 하셔야죠’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다시 일어나시더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셨고, 연극 연습을 할수록 건강이 좋아지시더라. 그 모습을 보며 대체 선생님의 인생에서 연극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손숙, 한명구,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손숙은 또한 “99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나서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연극을 하자고 하시더라.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커서 이런 마음으로는 무대에 오를 수 없다고 답했더니 배우가 무대에 서는 데 뭐가 필요하냐고 하셨다. 그래서 한 달 만에 다시 무대에 섰고, 그 이후로 연극과 사랑에 빠졌다.”는 일화를 밝히며 “선생님은 모든 위기 상황에서 나를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분이다. 아마 저 세상에 가더라도 같이 연극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임영웅 연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했다.
<챙!>에 이어 <가을소나타>까지 연달아 임 연출과 함께 작업하게 된 한명구는 “선생님이 그간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많이 노력하셨고 열악한 와중에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을 해내신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1987년 임 연출의 <숲속의 방>을 통해 데뷔한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는 “선생님과 28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앞으로 40, 50년째 계속 하고 싶다. 선생님을 통해 연극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전막 시연이 펼쳐졌다. 한적한 교외의 저택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에바는 7년간 보지 못한 엄마 샬롯에게 편지를 보내 집으로 초대하고, 여러 도시로 순회공연을 다니는 피아니스트 샬롯은 딸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쉼 없이 떠들어댄다. 에바는 여전히 자기 중심적인 샬롯에게 실망하고, 이후 모녀의 깊은 갈등과 가족사가 차례로 드러나게 된다.
자식보다 자신이 소중한 엄마, 그런 엄마에 대한 원망을 마음에 켜켜이 쌓고 자란 딸의 갈등은 이들이 한밤중 거실에서 마주하면서 폭발한다. 술에 취해 과거의 상처를 들춰내는 에바 역의 서은경과 고집스레 자신을 방어하는 샬롯 역의 손숙은 치열한 호흡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택 창 밖으로 훤칠한 나무들이 낙엽을 흔드는 무대 풍경도 아름답다. 공연은 9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가을소나타>는 스웨덴의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1978년 선보였던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피아니스트 샬롯과 그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딸 에바가 7년 만에 재회한 후 일어나는 일들을 치밀한 심리극으로 담아냈다.
임영웅 연출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작품을 위해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를 비롯해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손숙, 한명구, 서은경 등이 모였다. 최근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함께 출연했던 손숙과 서은경이 샬롯과 에바 모녀를 연기하고, <챙!>의 한명구가 에바의 남편 빅토르로 분한다.
이날 제작진과 배우들은 시연에 앞서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1955년 <사육신>으로 데뷔해 최근 공연했던 <챙!>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임영웅 연출은 연출을 오래 했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연극을 60년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 연극을 계속 봐주신 관객들과 함께 했던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는 소회를 전했다.
평생을 매진해온 연극에 대해 “연극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아, 이런 삶도 있구나’ 하면서 나도 인생에 대해 배웠고, 또 관객들에게도 삶의 지혜와 방법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람다운 삶을 살려고 하는 모든 분들에게 내 연극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임 연출은 60주년 기념작으로 <가을소나타>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 “6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작품을 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스웨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자는 뜻이 있었다. 스웨덴의 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모녀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임영웅 연출, 박명성 대표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도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가을소나타>까지 다섯 번째로 임 연출과 함께 하게 된 그는 “이렇게 어른들을 모시고 공연할 때마다 연극에 대해 하나하나 다시 깨우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연극을 만들지 고민하게 된다. 나도 연극에 입문한지 30년 됐지만, 임영웅 선생님은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연극을 지켜오시지 않았나 싶다.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영광이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이자 데뷔작부터 임영웅 연출과 함께 해온 손숙 역시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남다른 감상에 잠겼다. 손숙은 “연극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두 분이 돌아가신 이해랑 선생님과 임영웅 선생님이다. 얼마 전 임영웅 선생님이 크게 아프셨는데, 그 때 ‘다시 연극 하셔야죠’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다시 일어나시더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셨고, 연극 연습을 할수록 건강이 좋아지시더라. 그 모습을 보며 대체 선생님의 인생에서 연극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손숙, 한명구,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손숙은 또한 “99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나서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연극을 하자고 하시더라.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커서 이런 마음으로는 무대에 오를 수 없다고 답했더니 배우가 무대에 서는 데 뭐가 필요하냐고 하셨다. 그래서 한 달 만에 다시 무대에 섰고, 그 이후로 연극과 사랑에 빠졌다.”는 일화를 밝히며 “선생님은 모든 위기 상황에서 나를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분이다. 아마 저 세상에 가더라도 같이 연극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임영웅 연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했다.
<챙!>에 이어 <가을소나타>까지 연달아 임 연출과 함께 작업하게 된 한명구는 “선생님이 그간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많이 노력하셨고 열악한 와중에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을 해내신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1987년 임 연출의 <숲속의 방>을 통해 데뷔한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는 “선생님과 28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앞으로 40, 50년째 계속 하고 싶다. 선생님을 통해 연극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전막 시연이 펼쳐졌다. 한적한 교외의 저택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에바는 7년간 보지 못한 엄마 샬롯에게 편지를 보내 집으로 초대하고, 여러 도시로 순회공연을 다니는 피아니스트 샬롯은 딸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쉼 없이 떠들어댄다. 에바는 여전히 자기 중심적인 샬롯에게 실망하고, 이후 모녀의 깊은 갈등과 가족사가 차례로 드러나게 된다.
자식보다 자신이 소중한 엄마, 그런 엄마에 대한 원망을 마음에 켜켜이 쌓고 자란 딸의 갈등은 이들이 한밤중 거실에서 마주하면서 폭발한다. 술에 취해 과거의 상처를 들춰내는 에바 역의 서은경과 고집스레 자신을 방어하는 샬롯 역의 손숙은 치열한 호흡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택 창 밖으로 훤칠한 나무들이 낙엽을 흔드는 무대 풍경도 아름답다. 공연은 9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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