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봄] 한기주의 최광일

변신의 귀재 배우 최광일 배우 최광일은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똑 같은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별달리 뭐하나 특별할 거라고는 없는 배우이다. 그러나 ‘최광일’이라는 이름 석자로 그는 연기변신의 귀재인 배우가 되어 있다. 눈빛이 살아있는 배우,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배우 등의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그는 누구일까? 최광일은 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그의 형 최민식이 출연했던 연극 [실비명]에서 송영창의 연기를 보고 번개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고 배우를 꿈꾸게 된다. 1990년 극단 성좌에 입단했고, 워크숍을 통해 인정을 받았다. [빌록시 블루스(1991년) 주연을 시작으로 불지른 남자], [블랙코미디], [종로고양이], [남자충동], [에쿠우스], [빨간 도깨비] 등 그가 출연한 작품이 30여 편이 넘고 있다. 그의 경력 16년 차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최광일은 2001년에 [에쿠우스]에서 앤런 역으로 백상연기상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지난 10월 중순에는 한국에서 초연되었고, 주목 받았던 작품 [빨간 도깨비]에서 ‘미즈카네’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었다. “최근에 했었던 작업 중에 ‘열정’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았던 작품이었어요. 배우와 스텝이 함께 만드는 작업이었고, 54세 되신 연출 선생님과 함께 구르고 뛰고 만들어서 그런지 열정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오디션을 통해 참가하게 되었던 작품 [빨간 도개비]는 2005년 하반기에 가장 주목 받았던 작품 중에 하나이다. 연출 방식이 독특했고, 참여했던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는 평이다. 아이디어도 좋았고 연습 자체가 신선했다는 후문이다. 최광일이 참여했던 작업은 언제나 ‘열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듯 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연극이라는 것이 옆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옆에서 직접 본다라는 것과 같아요. 다시 말해서 옆에 사람이 갑자기 죽는다면 굉장한 동요가 되잖아요. 그런 생동감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는 그런 생동감을 느끼는 작업을 선호하고 있다. 아니 그런 작업에 이미 빠져버린 듯 하다. 아직까지도 연극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생동감’에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놓고 사람들 앞에서 사람들끼리 하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연극에 매력이라고 피력한다. 이번 [그녀의 봄]도 김학선 연출이 좋아서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도 재미있었고, 배우들도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연출 김학선과 한 번도 작업을 해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같이 작업하자는 말만 하다가 우연치 않게 만나 김학선의 작품 이야기를 듣고, 최광일의 첫마디는 ‘하자’였다. “왠지 믿음이 가요. 봐도 후회가 안돼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요. 시놉시스만 듣고 결정했어요. 재미있게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그 날은 이야기를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녀의 봄]에서 최광일은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독특한 남자로 나온다. ‘한기주’라는 인물로 분하여 그는 ‘김철희’와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것보다는 같이 사는 과정에서 느끼는 느낌을 표현한다. 사람 대 사람의 시점에서 마치 김철희의 보호를 받는, 김철희의 아들과 같이 동생과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싸워요. 커다란 인물에 조그마한 인물이 붙어서 기생하는 것처럼 보이고, 기생충처럼 붙어서 살려고 하죠. 거기부터 이야기는 시작해요.” 분명 한기주의 이야기이다. 아무도 한기주를 받아주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문을 열어주었던 사람 ‘김철희’는 거칠지만 따뜻한 사람이다. 그 사람으로 인해 한기주는 따스한 봄을 느낀다. 김철희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기주를 잠시 이용하고 한기주는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하고. 얽히고 얽히는 이야기들로 [그녀의 봄]은 진행된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최광일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순수하게 그려지는 한기주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린왕자와 같은 모습을 대하게 된다. 삶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버린 어린왕자 한기주. 어린왕자를 받아 주었던 비행사 김철희. 사랑이라면 사랑일 수 있고, 인간애라면 인간애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만남은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한다. “[그녀의 봄]을 보시면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교차할 것 같아요. [그녀의 봄]은 그녀로부터 시작한 그녀만의 봄이죠. 지독한 사랑을 이야기해 주고 있어요.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거나 내가 시작하지 않아도 누구로부터 사랑이 시작된다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녀의 봄]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봄’이랑 연관되는 단어들을 연상시키게 하는 연극이라고 한다. 봄은 따뜻함만을 생각하겠지만 봄이 시작하는 3월에는 꽃샘추위와 같이 그 짧은 기간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단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이 다 들어 있는 ‘봄’과 같다는 말이다. 사랑만이 아닌 인간 군상들의 모든 감정들이 들어 있다고 한다. 절절한 사랑과 지독한 그리움. 가상도시를 축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라고 최광일은 이야기해 준다.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오셔서 봄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연극다운 연극을 보시고 싶으신 분들이 오시면 좋겠어요. 새로운 작품에 탄탄한 배우들의 캐릭터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그녀의 봄]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배우 최광일. 오늘은 ‘한기주’로 산다. 변신이 아름다운 배우 최광일은 [그녀의 봄]에서 만날 수 있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파임커뮤니케이션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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