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갈등과 화해, 다른 경지로 보여줘…<아버지와 아들>

한 소년의 비정상적인 첫사랑을 그린 소설 <첫사랑>으로도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이 연극 무대로 소개된다. '아일랜드의 체홉'이라 불리며 <루자나에서 춤을> <몰리 스위니> 등의 작품을 쓴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희곡으로 재탄생시킨 <아버지와 아들>이 오는 9월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 18일 열린 <아버지와 아들> 기자간담회에는 이 작품의 국내 연출을 맡은 이성열을 비롯해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 이명행, 윤정섭 등 출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버지와 아들>은 1862년 발표된 소설로,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급진적 지식인 바자로프를 '니힐리스트'라 수식하며, 환멸에 젖은 청년 지식인의 허무주의 특성을 수면 위로 떠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농노 해방을 앞두고 세대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관념과 이상의 세대인 아버지들과 행동과 혁명의 세대인 아들들의 갈등을 다뤄 화제를 모았으며, 아일랜드의 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희곡으로 재창조해 1987년 연극이 런던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아버지 세대
바실리 역의 오영수, 나꼴라이 역의 유연수, 빠벨 역의 남명렬
(왼쪽부터)

이성열 연출은 한국 공연을 앞두고 "러시아의 정치상황 등의 부분은 낮추는 대신 보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갈등, 화해, 용서, 이해 등의 주제를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극적인 소설 속 장면들이 희곡에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고 목가적으로 표현될 것을 예고하며, "브라이언 프리엘은 아주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을 낯설어 보이게 하고 있어 이런 부분이 체홉과 닮았다."고 덧붙였다. 일상이 가진 불안함, 꿈이 사라진 세상의 들뜬 표정이 아이러니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예고다.

또한 "그간 모녀의 갈등을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부자 간의 갈등을 담거나 이들의 화해까지 다룬 작품은 많지 않았다."며 <아버지와 아들>이 가진 남다른 위치를 강조하며, "극중에서 바자로프가 죽음으로서 모든 화해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기 희생은 이 작품이 가진 힘이자 다른 작품에서 이루지 못한 경지"라고 강조했다.


아들 세대 - 아르까디 역의 이명행, 바자로프 역의 윤정섭(왼쪽부터)

제목처럼 극의 중심에는 아버지들과 아들들이 있다. 촌스럽고 보수적인 아버지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이 큰 바실리는 오영수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신지식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또 한 명의 아버지 니꼴라이는 유연수가 맡는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니힐리스트 바자로프 역은 윤정섭이, 그의 친구이자 진보적 성향을 지녔으나 결국 계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버지로부터 농장을 물려받는 아르까디 역은 이명행이 나선다. 아버지 세대이나 일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이상주의자로, 니꼴라이의 형인 빠벨은 남명렬이 분한다.

자신이 부르짖는 이상과 그렇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괴리와 모순을 오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간의 본질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국립극단 제작으로 오는 9월 2일부터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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