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타] 김선영 “매력 없는 배우는 있어도 매력 없는 배역은 없더군요”
지난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이 뮤지컬인들의 축제마당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여배우가 있었다. [미스 사이공]의 축하무대에서 ‘I Still Believe’와 ‘morning Of The Dragon’을 부르고, 연말 기대작 [에비타] 축하무대에서는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호소력 있는 가창력으로 불러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배우. 김선영이다.
현재 [에비타] 연습으로 바짝 긴장을 조이고 있는 김선영을 만난 건, 연습실인 충무아트홀 근처 식당. 오전의 연습으로 허기졌는지 밥 한 그릇을 금새 비운다. “[미스 사이공]팀이 앙상블상 받았을 때 너무 기뻐서 꽃다발 들고 무대로 뛰어 나갔어요. [에비타] 의상 입고 말이에요. 하하.”
김선영은 올해 한국에 들어온 마지막 4대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엘렌역으로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애절한 마음을 그대로 객석에 전달해 김선영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입증시켰다. 그리고 올해, 뮤지컬 [에비타]의 에바페론 역에 배해선과 더블 캐스팅 되면서 한층 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배해선씨와 더블 캐스팅은 언론에서 많이 주목하더군요. 이건 당연한 현상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어떤 분이 저희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이렇게 쓰셨더군요. ‘이미지도 다르고 연기 색깔도 다르고 음색도 다른 이 두 배우가 에바 페론을 어떻게 표현할 지 궁금하다’고. 그게 정답이라고 봐요. 배우가 다르니까 무대도 다르지 않겠어요. 김선영의 에비타요? 김선영의 에비타는 아주 거침이 없고 뜨거울 거에요. 스스로 저를 평가한다면 저는 순간 집중력이 굉장히 강해서 열정적으로 표현 하기 좋아요. 하지만 지구력이 약해서 섬세하게 표현할 내공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죠.”
이제 [에비타] 개막이 한 달이 남지 않았다. 항상 시간에 쫒기는 연습기간이라 초조함은 항상 배우들이 지니고 있는 짐이자 활력소일 것. 김선영은 빠듯한 연습시간 속에서 에바를 만났다.
“얼마전 에비타 악보를 보고 눈물이 났어요. 그제야 제가 에비타가 된 것 같더군요. 역사적인 사전 조사도 필요하겠지만, 저는 사람을 찾고 싶었어요. 그 사람을 이해하고 느끼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거든요. 제 목표는 무대에 올리기 전까지 모든 장면을 하나하나 다 느끼는 거에요. 내가 말하는 토씨 하나라도 이해하지 못하면 관객도 절대 알 수 없거든요.”
김선영은 성악을 전공했다. 연기에 관심이 있던 그는 지난 1999년 [폐임]으로 데뷔해 [마리아 마리아] [지킬앤하이드] [미스 사이공] 등 굵직한 작품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전문적인 연기 지도를 받지 않은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은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를 하면서 이제 나도 배우가 되려나 보다 생각했어요. 무대가 발에 붙는 걸 느끼니까 그제서야 연기가 재미있어 지더군요. 그 전까지는 이게 재미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죠. 제 연기에 대해 확신이 없으니까 그랬던 거에요. 그리고 이 이후부터는 주연인가 조연인가에 대해 연연하지 않게 됐어요. [미스 사이공] 때는 확실하게 그 신념을 굳힐 수 있었어요. 사실 엘렌역이 많이 등장하진 않아서 김선영이라는 배우가 묻혀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했었거든요. 하지만 그 생각을 지워버리고 그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욕심 없이 그 작업에 들어가니까 결국은 관객과 만나는 지점이 있었어요. 예전부터 선배들에게 들어온 이야기인데 매력없는 배우는 있어도 매력없는 배역은 없다는 말이 있어요. 그건 정말인 거 같아요.”
김선영은 이제 [에비타]로 두시간이 넘는 긴 무대를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노래가 장난이 아니다. 완전히 여자 지킬”이라며 너스레지만 관객을 휘어잡을 무대를 차근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 대형 부대를 끌고 나가는 주인공이니 각오를 다잡을 수밖에 없을 것.
“이번 역은 마음에 부담이 큰 만큼 도전의식도 생기네요. 즐거운 마음으로 마당놀이 하듯 무대에서 나를 펼쳐 보일 거에요. 기대해 주시면 좋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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