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동산> 가감 없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
영문본을 참고로 했지만 직접 번역까지 맡은 구태환 연출의 굳은 각오는 ‘체홉이 써 놓은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에 있었다. 극단 수(秀)의 2008 고전시리즈 마지막 작품이자,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식 초청작인 연극 <벚꽃동산>이 본 공연에 앞서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미리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작품으로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한 <벚꽃동산>은 러시아 남부 벚꽃동산을 중심으로 몰락하는 지주계급과 새로운 세대의 교체를 희극적 해프닝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삶이 가진 비극성과 부조리함이 돋보여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 속에 자리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간 공연 여건에 맞게 다듬어져 선보였던 체홉의 <벚꽃동산>을 원 희곡 그대로 사실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이번 무대는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2시간 30분 가량의 러닝타임이 예상된다. 공개된 3막은 주인공 라네프스까야 부인 가문의 토지인 벚꽃동산이 경매에 얽힌 사건을 다룬 부분으로, 신나는 무도회 장면과 경매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라네프스까야의 불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라네프스까야 역을 통해 첫 연극무대에 서는 강효성은 과거 다른 작품에서 구태환 연출과 함께 작업했던 것이 인연이었다고 말하며 평소 “삶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뮤지컬은 생선의 오동통한 살을 먹는 과정이라면 정극은 뼈에 붙어 있는 살을 발라 먹는 느낌”이라는 그녀는 “라네프스까야는 소녀 취향이 강하고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여자”이며 “내 안에 담긴 두 가지 모습 중 닮은 하나”라고 설명했다.
구태환 연출은 “작가의 말년 작이라 인생의 허망함이 그대로 드러나며, 꼭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체홉 작품이라는 것을 보면, 늙은 하인 피르스가 꼭 체홉의 말년 모습인 것 같아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 했다. 피르스 역은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탄탄하고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원로배우 류순철이 맡는다.
또한 라네프스까야의 젊은 하인 야샤 역을 맡으며 구태환 연출과 같이 세 번째 연극을 하고 있는 데니안은 “연극 연습과 공연을 통해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느끼고 매 순간의 즐거움과 재미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언제든 작품을 할 의향이 있다”며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밝히기도 했다. 다음 번에도 구태환 연출과 같이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생각 좀 해보겠다”며 좌중의 웃음을 터트리기도.
국내에 체홉 작품이 어느 해 보다 풍년인 지금, 극단 수(秀)의 연극 <체홉>은 오는 9월 18일부터 약 한 달간 남산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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