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는 가족> 이중섭의 불타는 삶과 그림이 꿈틀대는 무대

과거 우리들의 소박한 일상, 그 중에서도 한국의 소를 향토적이면서 개성적으로 그려냈던 화가 이중섭의 삶과 그림이 무대에 오른다. 1991년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대상과 희곡상(김의경), 연기상(김갑수) 등을 수상했던 <길 떠나는 가족>이 올해는 서울연극제 폐막작으로 서는 것.

지난 월요일, 공연 시작 일주일을 앞둔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의 연습실을 찾았다. 행복한 가족 나들이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중섭의 실제 작품 이름이기도 한 이번 무대는, 신체 활용에 능한 극단 서울공장의 특징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었다. 출연 배우들은 이중섭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나 다른 인물들로 형상화 되어 움직이는 등 극중 배역 뿐 아니라 이중섭 작품을 표현하는 또 다른 오브제로 활약한다.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열연을 펼치던 주인공 이중섭 역의 정보석도 “앙상블의 조화가 무엇보다 기가 막힐 것”이라며 강조한다.

지난 해 연극 <아트>와 <클로져>에 이어 올해 <길 떠나는 가족>까지 연이어 연극 무대를 찾는 이유로 “연극을 하는 동안은 전부가 다 내 세상 같다”고 이야기를 꺼내는 정보석이지만, 이번 작품에 참여한 게기는 조금 더 특별하다고 한다.

“2005년에 EBS 문학사 시리즈(지금도 마로니에는)의 해설을 했었는데 그때 한 시간 이중섭 선생님의 삶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이 분의 삶이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보석)


화가 이중섭 역의 정보석

이후 화가 이중섭의 작품과 그의 생애에 더욱 빠져들었다는 그는 이번 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먼저 연락을 취해 치열했던 예술혼을 가진 이중섭 역할을 맡았다. 소와 뒹굴고 웃으며 그림을 그리던 한 사람이 동경 유학 중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전쟁과 생활고, 그리고 이별을 겪으며 점점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예정이다.

“이분(이중섭)이 갖고 있는 내면성 등을 표현하고 감당하는 게 너무나 벅차다”고 조심스레 말을 이은 정보석은 “내 부족한 상상력으로 작가의 삶이 드러나야 한다는 부분이 참으로 어렵지만 공연에 임하는 열정을 주변에서 높이 사 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쟁, 일제시대 등 평범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상상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작가를 통해 이 시대 우리 삶의 모습을 비춰 보고자 했다”는 임형택 연출은 이번 작품에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의 그림 실연을 더했다. 석창우 화백은 매 공연 후반부, 무대 위 배우들의 움직임을 커다란 화선지 위에 역동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이중섭의 작품이 갇힌 전시품이 아니라 우리 안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림 뿐 아니라 무대 위 투영 되는 영상 활용 등을 통해서도 이중섭의 살아 있는 상상력의 증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임형택 연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 연습현장



사랑하는 마사꼬(곽명화)와의 결혼식.


언제나 힘이 되어 주는 구상(이도엽).


행복도 잠시.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울부짖는 그.


연습실 한 편에 붙어 있는 이중섭의 작품 사진들.


종이가 없어 이중섭은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극단 서울공장 앙상블이 펼치는 오브제.




무대와 함께 하는 석창우 화백의 그림 실연.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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