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녀의 칠거지악> 살아 남으려면 죄악이 필수?

“도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악행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주장에 당신은 얼마나 강력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여기 안나는 홀로 도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브레히트 원작 “소시민의 칠거지악”에서 모티브를 얻은 <도시녀의 칠거지악>은 도시로 상경한 안나가 서른 세 살 무기력한 처녀가 되어가며 겪게 되는 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2월 26일부터 남산창작센터에서 다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도시녀의 칠거지악>은 2006년 초연 당시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라이브음악극의 형식에 많은 관객들의 신선한 시선을 받았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재1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이며 <세자매> <벚꽃동산> <길 떠나는 가족>외 다양한 공연작품의 음악을 담당해 온 박정아가 작품 전곡의 작곡을 맡았으며 연주와 함께 보컬로도 무대에 서고 있다.


자신의 얼굴과 몸매에 ‘감히’ 만족하는 그녀를 보고 세상은 ‘자만심’에 빠졌다고 한다. 발레를 배우기 시작하며 신나는 한 해를 시작하는 백안나에게 가족과 친구들은 결혼하기 위해서 ‘갖춰야만 하는 수 많은’ 조건들을 늘어놓는다. 자존감도 죄악인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고, 또 사랑을 받고 싶지만 도시에서는 사랑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소위 ‘쿨’한 사람이 되기 위해 조안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은 없다”고 되뇌곤 한다. 진실한 사랑을 원하는 건 안될 일이다.


모국어보다 외국어가 대접받는 시대를 안나도 살고 있다. 언제나 억눌린 마음으로 사회의 루저임을 인정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영어학원으로 옮기는 그녀. 그곳엔 그녀의 동지들이 가득하다.


직장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 되고 나면 모든 것을 쟁취한 것일까. 정신 없는 삶 속에서 이안나는 지위를 얻고 감정을 잃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더 이상 와 닿지 않는 그녀는 웃는 법도, 우는 법도 낯설다.



유수미 연출은 “강한자가 살아 남는다는 말에 스스로가 미워졌다”고 한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사랑받고 싶고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들춰내고 있다. 1인 다역을 소화하는 배우들과 에피소드로 연결되는 간결한 이음새, 극과 조화를 이루는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노래로 객석의 감상을 더하고자 했다. 3월 7일까지.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제공: 극단 서울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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