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의 전무송, 이호재

두 기사는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공연 1시간 30분 전. 인터뷰 하기에는 적당한 시간은 아니었다. 바쁜 일정에 끼어든 필자의 잘못이었다.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의 기사 1의 이호재와 내성적이고 지적인 기사가 당신이라고 말하는 전무송을 만났다. 배우계에 양대 거목, 전무송, 이호재 두 사람의 인연은 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예술대학교 전신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 배우 신구와 민지환 콤비와 이호재, 전무송 콤비가 존재하였다고 한다. 졸업 이후 75년부터 국립극단에서 그 호흡을 맞추었다고 한다. <초분>, <햄릿>, <파우스트>, <고도를 기다리며>, <베케트>, <하멸태자 >등과 마지막으로 한 무대에 섰던 <천년의 수인>까지 국립극단에서 대학로 시절까지 두 사람이 갖지 못한 것을 서로 대칭되어 있으면서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마지막 <천년의 수인> 이후 7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는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는 이호재와 전무송의 콤비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소재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일본작가 베쓰야쿠 미노루의 작품으로 2005년 문예진흥원이 선정한 ‘Best & First’의 두 번째 ‘First’작품이다. 극에 등장하는 기사들은 기사도를 지키고 정의의 칼을 휘두르는 중세의 기사가 아니었다. 현실성은 없으나 고귀한 이상을 가진 돈키호테를 닮아 있지도 않다. 두 기사는 양심도 없었으며 ‘손 안대고’ 죽이고 마는 잔인하고 비열하기 까지 한 두 기사로 분한다.

“작가가 베케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거든. 76년 그러니까 약 30여 년 전에 했었는데 그 작품과 유사해서 그런가 생소하지 않고 자연스러웠어. 그리고 의미도 있고. 우리 사회에서 정치하는 사람부터 청소부 등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경종을 울려줄 수도 있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전무송은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라는 작품을 받았을 때 예전에 했었던 연극을 이제 나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처럼 생각이 든다면서 이야기 한다.

“오래도록 작품을 해왔기 때문이여서 그런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죠.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에서 저와 무송이가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게 부담스러워요. 이 연극에 참여하고 있는 9명 모두가 소중하다. 어떤 배우들이 만나서 호흡을 맞추냐가 중요한 거죠.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참 잘 된 캐스팅이라고 생각해요. 연령대에 맞는 배역을 어쩜 그렇게 잘 했는지 대단하다고 생각하죠”
이호재는 자신과 전무송에게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이 부담스러운가 보다.

“나는 이제, 죽이는 데 진력이 났어. 그러니까, 살아가는 데 말이야…. 때때로 그런 생각 안 하나? 어서 우리보다 빠른 놈이 나타나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기 전에 죽여주지 않을까 하고…”그들이 자조적으로 말했던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의 한 대사이다. 두 기사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남을 먼저 죽임으로써 살아가는 의미를 찾았던 그들은 이제 죽음과 삶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자신들을 죽여줄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

“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를 보면서 무엇을 얻어 갈 거냐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설을 읽듯이 부담 없이 왔다가 웃기면 웃고, 슬프면 울고, 어떤 깊은 뜻을 생각하고 싶으면 생각하고. 어떤 통일된 느낌이나 교훈을 얻어 가는 것은 학교에서 다 끝냈잖아요. 관객들은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잖아요. 그 자유를 만끽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어요. 본인이 얻어가는 게 있다면 얻는 거고, 재미있었다면 재미있는 거고. 그런 연극이었으면 좋겠어요.”(이호재)
“줄거리를 따르지 말고 보여지는 대로 그 느낌대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느껴질 겁니다. 느껴지는 대로 웃을 때 웃고, 생각하고 싶으면 생각하고, 반추하지 말고 극장을 나가면서 느끼는 그 느낌이 자신이 얻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전무송)

사고적인 것보다 감각적인 문화들도 있고, 사색적이고 반추해 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문화도 있다. 이 두 문화가 공존하는 공연예술계가 동적, 감각적, 사색, 사고적인 모습들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연륜의 사고를 가지고 있는 전무송과 이호재에게 존경의 눈빛으로 보게 되는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전생에 두 사람이 어떤 인연으로 있었는지 몰라도 함께 해 온 시간이 43년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시간이었으리라.

배우로 태어나 배우의 길을 가면서 든든한 아니 연기에 있어서 서로 나누고 돕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의 대학로 나들이는 젊은 세대들의 무분별한 연극 세태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극장에서 이호재, 전무송과 함께 하는 7명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의미심장하고 때로는 변태스러운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에서 자신들을 죽여줄 이를 기다리는 두 기사를 또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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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전대수 (사진작가 cloudsclear@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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