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그 후 20년 이야기 <타인의 고통>

2009년 1월 20일 용산동 4가 남일당 건물. 살기 위해 망루에 오른 평범한 사람들. 그들은 대한민국 용산동 4가에 사는 원주민들이었다. ‘불타는 몸’이 되어 현실세계에서 사라진 이들. 그들을 내쫓은 건 누구였을까. 그 불타던 남일당 건물은 20년 뒤 어떻게 변해있을까. 타인의 고통 앞에서 무기력했던 우리 모두는 20년 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용산참사 20년 후. 빠르게 잊고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 무심함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 연극 <타인의 고통>이 지난 5월 25일, 무대에 올랐다.

연극 <타인의 고통>은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와 같이 우리시대의 문제를 중심으로 화두를 던져온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재엽이 <장석조네 사람들>이후 내놓은 창작 신작이다.

영화 ‘아바타’,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 <타인의 고통>에서는 자신들의 터전이었던 아메리칸 대륙을 잃고,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나 격리되어 살게 된 인디언의 운명과 마주한 ‘뉴타운의 꿈’에 희생된 대한민국 원주민들의 현실을 만날 수 있다.

 
2029년, 대한민국 서울. 뉴타운이 들어선 고급 아파트 스카이팰리스 로얄층. 그곳에 고고 인류학 교수 강성현과 미술가 민지은 부부가 새로 이사를 들어온다. 이사 첫날부터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 급기야 둘째 소원이가 사망하고 이를 조사하던 형사 이정하의 아버지가 큰 아이의 꿈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 이 아파트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 마음에 들어!


이 아저씨 내 방에 왔었는데...


인디언 추장의 조각상 '크레이지 호스'


백인들에게 쫓겨난 인디언
뉴타운 사업에 쫓겨난 대한민국 원주민

이정하는 열 살 때까지 이 지역에 살았고, 그 아버지 이상룡은 20년 전 용산 4지구 남일당 건물이 있던 지금의 스카이팰리스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강제철거에 항거하여 싸우다가 물대포와 화염 속에서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20년 전의 한 맺힌 죽음과 20년이 지난 뒤 발생한 의문의 죽음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리와, 나도 여기 살던 사람이야


내 동생이 죽었어


이 사람이 맞니?
맞아요, 이 아저씨였어요!


너희 아버지는 그렇게 불타서 죽고. 나는 살아남았지


여보,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연극 <타인의 고통>은 오는 6월 6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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