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모던보이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따라가기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이 지난 3일 프레스콜을 갖고 무대를 공개했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구보 박태원의 동명 소설 텍스트를 배우들의 대사로 거의 그대로 구현하며, 여기에 일러스트, 동영상, 활자로 무대를 이미지화해 주목받고 있다. 구보의 산책길, 다이나믹 한 전차의 움직임, 경성거리 등이 배우의 움직임과 함께 영상으로 구현돼 소설 속 문장이 그대로 무대에서 살아나곤 한다.

특히 박태원이 느즈막이 집을 나서 경성을 산책하며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1930년대 풍물과 분위기를 엿보인다. 청계천변 집을 나와 광교로, 종로 네거리, 동대문행 전차를 타고 동대문으로, 다시 소공동과 경성역 등을 다니며 당시 사람들과 풍문들을 자유자재로 포착한다. 동그란 안경테, 노트와 단장을 든 댄디 보이 구보는 1934년 당시 26살 청년 박태원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소설가 박태원과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 속 인물 구보씨와의 만남도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

 
왼쪽부터 성기웅 연출, 윤민철 기술감독, 이윤재, 오대석

전작 <깃븐우리절믄날>에서 천재작가 이상과 1930년대의 풍물을 선보인 성기웅은 이번에도 소설가 박태원과 1930년대 경성거리를 색다른 시도로 무대에 옮겼다. 그가 유독 이 시대와 작가를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에 “1930년대가 지금 감각으로 손에 잡히는 역사인 것 같다”며 “지금 우리의 도시생활이 30년대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고, 그때 재미있는 소설이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대에서 박태원과 구보를 따로 등장시킨 이유를 “소설 속에서 박태원이 왜 구보를 내세웠는가를 생각했다”며 “생활 속, 소설 속, 예술가로서의 자기를 나눠보았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영상과 음향을 입힌 윤민철 기술감독은 “전막에 나오는 큐만 400개가 넘는다”며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구속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오는 12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소설가 박태원과 그의 집에 누워 있는 친구 이상

 
박태원과 그의 어머니, 이상이 소설의 텍스트를 나눠 전달한다


공책을 들고 경성 산책에 나선 박태원

 
화신 백화점에서 만난 행복한 가족


전차에서 우연히 만난 선본 여인 '그녀가 나를 보았을까'

 
다방에 도착한 박태원. 한쪽에서 원고를 쓰고 있다

 
다방에서 본 일본 군인과 모던 보이, 모던 걸

 
구보의 산책길을 표현하는 각종 영상들이 독특하다

 
산책길에 만난 전당포집 둘째 아들
차를 마시자는 그의 제안을 거절할 용기가 없는 박태원.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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