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생활자들> 세상 가장 밑바닥을 지탱하는 사람들

고연옥 작가, 김광보 연출의 12번째 작품 <지하생활자>가 10월 7일 개막을 앞두고 리허설 현장을 공개했다.

극의 일부를 선보인 이날 리허설 현장에선 배우들이 꽹과리, 장구 등 타악기와 함께 등장해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불연속적인 장면을 시연해 보였다. <지하생활자들>은 ‘뱀신랑 설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극. 뱀신랑 설화는 뱀신랑을 찾아 지하세계로 간 여인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잊은 그를 지상으로 데려오기 위해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함께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지하생활자>는 이 설화에 고연옥 작가만의 현대적 시선과 김광보 연출의 실험이 더해져 독특한 무대를 형상화 하고 있다.

<리허설 현장>






 


고연옥 작가는 “설화에선 뱀으로 태어난 존재가 엄마나 아내를 데로고 지하세계로 데려간다”며 “지하세계란 어떤 곳일까, 그 경계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해전 강호순 사건 역시 이 작품의 동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며 “연쇄살인, 뱀신랑 설화, 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뱀신랑 설화처럼 <지하생활자>는 한 여인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녀는 죽기 직전, 늘 꾸던 꿈을 꾸며 한 남자를 찾아 헤맨다. 열린 연극의 형식을 빌어 불연속적인 장면이 이어지는 것은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 버스, 골목길에서의 사람들은 개연성 없이 진행되지만 하나의 맥락을 아우른다는 게 제작진의 말이다.

김광보 연출은 “고연옥 작가와 작업을 해가면서 점점 무대는 미니멀해졌고,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가 깊어졌다. 그런 작업의 정점은 <주인이 오셨다>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히며 “<지하생활자>의 대본을 보는 순간 열린 연극의 형식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와같은 형식을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고연옥 작가의 대본은 유독 난해하기 때문에 매번 쉽게 써달라고 요구한다”라고 말하기도.

작가는 “매번 반복되는 끔찍한 사건에는 신화성을 가지고 있다”며 “작품에 등장하는 뱀비늘 남자는 이 세상의 수렁을 지탱하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나쁜 사람이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더 안심하고 추락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남자의 구원을 바란다면 우리도 구원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지하생활자들>은 10월 7일부터 30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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