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도 구원받지 못한 약자의 삶

소설 ‘영혼의 산’으로 200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가오싱젠 작, 박정석 연출의 <저승>이 1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1988년 홍콩에서 무용 공연으로 선보였으며 2011년 6월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연극으로는 세계 초연으로 소개되었던 <저승>은 ‘장자’에 나오는 호접몽 이야기의 주인공 장주가 독수공방하던 아내의 정조를 시험하다가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경극 ‘관을 부수다’와 볼온한 사후세계를 다루는 또다른 경극 ‘저승까지 찾아가다’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남편의 희롱에 넘어가 자살을 택해 죽은 여인, 저승에 가서도 억울함을 풀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사회 폭력과 부조리함 속 약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상여, 민요풍의 노래 등과 장중하게 등장하는 판관 등의 모습 등 한국과 중국 전통 연희가 현대 무대 위에 어울려 펼쳐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염라대왕 역으로 분하는 김동영은 중국 경극 변검의 창시자인 주홍무에게 사사 받아 직접 만든 가면을 쓰고 출연해 순식간에 얼굴의 가면이 바뀌는 변검을 선보이며, 입에서 불을 뿜는 토화가 펼쳐지는 등 무대 위 화려한 장치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장주와 장주 역을 하는 자신, 초나라 공자 등 해설자를 비롯 작품과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시선을 통해 전개되는 연극 <저승>은 오는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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