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샤우뷔네, 인형의 집-노라
작성일2005.05.24
조회수10,353
지금껏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인형의 집>은 없었다.”
-쥐트도이췌 차이퉁
유럽연극의 미래를 논할 때 빠지지 않게 된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를 만나게 된다.
불과 30세의 나이로 유서 깊은 독일 실험극의 산실인 베를린 ‘샤우뷔네’의 예술감독으로 기용되고, 2004년 아비뇽 페스티발의 객원 디렉터로 선정되는 등 현재 유럽 연극계에서 가장 촉망 받는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유럽의 연극팬들이 연극계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하며 열광하는 그의 실체를 최근 화제작 <인형의 집-노라>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헨리크 입센의 가장 뛰어난 희곡작품인 동시에 세계 근대극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 인형의 집 >. 여주인공 ‘노라’는 19세기 당시 사회가 기대하는 귀엽고 헌신적인 아내이자 어머니로 등장했다. 그러던 ‘노라’가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찾기 위해 남편과 아이들을 버리고 집을 나서는 마지막 장면은 당시 유럽 시민사회를 뒤 흔들며 여성운동의 불을 지폈다. 그러나.. 과연 이 획기적인 사건 이후 무엇이 변했는가?
독일 연극계의 젊은 기수, 오스터마이어는 입센의 고전 < 인형의 집 >을 현재 우리 사회 가운데로 옮겨 놓는다. 그의 < 노라 >에서는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 법한 세련되고 모던한 아파트에 사는 멋진 보보스 족 부부가 등장한다. 광고 속 모델터럼 명품 옷을 차혀 입은 매력적인 모습의 노라는 은행 중역으로 성공한 남편과 이이들에게 여전히 헌신적인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19세기 노라에 비해 월등히 적극적이고 대담하며 섹시한 모습의 21세기 노라는, 외모를 치장하는 것과 사교활동에 열을 올리고, 쾌할한 동시에 변덕스럽다. 유럽 중산층 젊은 부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모습. 그러나 강한 비트의 음악, 강렬한 조명과 함께 회전무대가 돌아갈수록 이들 부부의 쿨한 모습 이면에 숨어있던 긴장도 함께 증폭되기 시작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여성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연 21세기 ‘노라’는 어떤 결정을 내릴것인가? 쾅! - 19세기, 유럽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노라의 문닫는 소리! 젊은 연출가가 그린 21세기 <인형의 집>에서는 동시대인들을 놀라게 할 또 다른 청각적 충격이 기다리고 있다.
토마스오스터마이어의 21세기 <인형의 집-노라>는 베를린 연극제와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발, 런던 바비칸 센터를 비롯한 유럽 전역과 뉴욕의 BAM에 이르기까지 앞다투어 초청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의 노라역을 맡아 열연하여 2003년 테아터 호이테 잡지에서 ‘올해의 여배우’로 선정되는 등 찬사를 받고 있는 안네 티스머의 강렬한 연기 또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Thomas Ostermeier)
- 1968년, 독일 졸타우 출생
- 1999년~현재,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 연극파트 예술감독
새롭고 실험적인 연출을 선보이는 무서운 신인들로 넘쳐나는 유럽의 연극 무대, 그 중에서도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는 유독 유럽인들이 차세대 연극계 리더로 주목하며 편애하는 연출가이다. 독일 및 유럽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혁신적이고 대담한 연출을 추구하되, 동시에 유럽연극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이 젊은 연출가에게 유럽 연극계는 지금, 유례없는 기대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연극계의 거장 페티 슈타인, 룩본디 등의 작업본거지로 유명한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는 당시 고작 30세였던 그를 예술감독으로 임명했고, 세계 최대의 연극제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발은 2004년 객원 디렉터로 그를 지목했다. 또한 유럽 극장연합은 2000년 유럽 연극상의 'New Theatrical Realities' 부문을 그에게 수여하는 등, 유럽에서 이 젊은 연출가에게 보내는 애정은 매우 뜨겁다.
독일 연극의 중심지 베를린에서 단기간 내에 연출가로서의 명성을 쌓아온 그는, 브레히트, 입센, 뷔히너 등 19세기 작가들부터 사라 케인, 욘 포세, 마리우스 폰 마이옌부르크 등 동시대 작가들까지 사회성 강한 작품들을 선택하여, 이를 젊은 연출가 특유의 도발적이고 신랄한 감각으로 다듬어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하층민들의 맹렬한 투쟁(뷔히너의 <보이첵>), 절대적인 무언가를 찾아 방황하는 청년의 모습(엔다 왈쉬의 <디스코 피그>), 가정과 사회의 의무로부터 억압된 젊은 부부(욘 포세의 <이름>), 부모 자식간에 대화가 단절된 현대 중산층 가정(마이옌부르크의 <불의 가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여성의 모습(입센의 <인형의 집-노라>) 등 그의 작품들에는 현대 일상 속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여기에 강렬한 조명, 록/팝음악을 비롯한 감각적인 음악의 사용으로 연극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던 신세대들까지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본래 배우로 연극계에 데뷔한 오스터마이어는, 베를린의 저명한 예술전문학교인‘에른스트 부쉬 (Ernst Busch)’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하였다. 이후 1996년, 독일 정통의 베를린 도이췌스 테아터 (Deutsches Theater) 내에서 젊은 연극단체 '바라커(Baracke)'를 설립하게 된다.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과 배우들, 연출가들을 위한 연구실로서의 중심역할을 한 이 단체에서 그는 현대 연출법과 극작을 반영한 도발적인 작품들을 발표하며 데뷔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고, 이러한 그의 활약으로1998년, 이 단체는 ‘올해의 극장’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1999년 베를린의 최고 명성의 극장 중 하나인 ‘샤우뷔네’의 연극파트 예술감독으로 전격 기용된 그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무대에 올려 새로운 젊은 연극팬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그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그의 이름을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알리게 된다.
샤우뷔네에서의 작업과 동시에 독일 소규모 실험극의 중심인 뮌헨의 ‘카머슈필레(Kammerspiele)’를 비롯,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발, 비엔나의 ‘부르그테아터(Burgtheater)’,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등에서 작품을 의뢰받아 연출해 오고 있다. 특히 2004년에는 아비뇽 페스티발의 객원 디렉터로 선정되는 등 의심할 바 없이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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