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골목골목뮤지컬 빨래]

서울 변두리 달동네, 빈자리를 채우는 빨래 골목골목뮤지컬 [빨래]는 제목에서부터 주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듯한 단어들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복잡한 골목구조처럼 우리네 인생도 복잡하게 얽히고 살아간다. 그런 중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우정도 피어난다. 부모자식간의 사랑도 그 빛을 드러낸다. 뮤지컬 [빨래]는 서울 살이에 고달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골목길 두어 평 남짓 방에 서나영이 이사를 온다. 5년의 서울생활, 잃어버린 꿈들이 많다. 어느 날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맞은편 옥상에 살고 있는 이주 노동자 솔롱고를 만난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꾹 참지만 마음 한 켠에는 사랑이 싹튼다. 솔롱고와의 사랑이 점점 더 커가는 것이다. 70-80%의 뮤지컬이 모두 그렇겠지만 뮤지컬 [빨래]도 해피엔딩이다. 나영과 솔롱고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빨래’에서 오는 뉘앙스가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겠지만 20년 전 아니 바로 10년 전만해도 우리 어머니에게서 느끼던 따스한 감정일 듯하다. 색체에서는 하얗고 흰 색이 푸른 하늘을 벗삼아 펄럭이고 있는 형상을 떠 올리게 한다. 어머니는 빨래판과 비누를 이용하여 빨아서 때로는 발로 밟고, 비틀어 짠 후 긴 빨래 줄에 길게 널어 놓아 따뜻한 볕에 말리는 시간을 거쳐 햇살내음을 맡을 수 있는 선물을 받게 된다. 그것이 어머니의 내음과 같은 추억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뮤지컬 [빨래]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소재 ‘빨래’에서 인간미가 살아있는 풋풋한 이야기를 빨래를 널듯이 휘휘 널어 놓는다. 거기에선 어머니의 사랑 내음을 맡게 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의 내음을 맡게 한다. 하는 짓은 밉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그런 사랑을 하는 서울살이 사람들의 인간내음을 함께 맡게 해 주는 선물을 선사한다. 이제는 100%를 기대할 수 없는 사람 진한 냄새를 맡게 해 주는 ‘빨래’가 새삼 고맙기도 하다. 저마다의 사연들과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빨래를 통해 하늘을 벗삼아 밝게 살아가는 세 여자들의 이야기가 봄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그 긴 여운을 드러낸다. 때로는 가슴 저미게, 때로는 풋풋하게 보여주는 이야기 줄거리가 밑밑하게 흘러갈 수 있는 내용을 튀지도 않고 처지지도 않게 잘 만들어가고 있다. 단지 배우들의 역량에 기대야만 하는 무대 구성이 눈에 띄어 잔잔한 감동에 빠져서 가끔 갈 길을 잃어버리게 하기도 하지만 소극장에서의 구성 방식에서는 많은 준비와 많은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봄바람이 느껴지는 새로운 봄이 오는 길목에서 ‘빨래’의 햇살내음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이나 골목골목의 길 옥상에 걸려있는 하얀 ‘빨래’를 보고 하늘을 벗삼고 싶으신 분이라면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을 찾으시길 바란다. 골목골목뮤지컬 [빨래] 中 ‘슬플 땐 빨래를 해’ ------------------ 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파임커뮤니케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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