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시간을 초월한 사랑

시간을 초월한 애절한 사랑 [뮤지컬 드라큘라]가 공연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신성우, 이종혁, 신성록이라는 트리플 캐스팅과 정교한 무대 장치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것 이전에, 이 작품은 그저 [드라큘라]라는 이유만으로 뮤지컬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을만 하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 중 로맨틱한 사랑이야기를 메인 스토리로 잡은 [뮤지컬 드라큘라]는 잔혹한 흡혈귀로 알려진 드라큘라 백작의 사랑 이야기를 극의 중심에 등장시킨다. 냉혹한 드라큘라 백작의 한 여성에 대한 애절하다 못해 처절한 사랑 이야기는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음악과 무대 세트는 보는 이를 16세기 중엽 유럽으로 초대한다. 국내에서는 1998년과 2000년에 이어 세번째로 공연되는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세트와 음향에 있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풍부한 노래와 잘 짜여진 스토리다. 여기에 신성우, 이종혁, 신성록 등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드라큘라와 양소민, 윤공주의 조화는 국내 드라큘라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 사랑에 목마른 드라큘라 [뮤지컬 드라큘라]는 충실한 드라마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사랑에 충실한 드라마다. 아내를 잃고 애정에 목마른 애처로운 드라큘라(왠지 안 됐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와 아름다운 아내 아드리아나, 드라큘라만을 사랑한 로레인, 아드리아나를 꼭 빼 닮은 산드라가 만들어 내는 사중주는 아름다운 선율과 어우러져 관객을 극 속에 빠지게 한다.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잔혹한 학살자는 지겨운 영생으로 허망한 눈빛을 띄게 되고 수백년이 지나도 아름다운 아내를 어제처럼 잊지 못한다. 아내 아드리아나가 죽은 뒤 드라큘라가 부르는 절절한 노래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사랑과 그리움은 이 드라마의 생명이다. 하지만 이를 빛내 주는 건 주변 인물들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모두 눈길이 가는 것도 이 때문. 드라큘라 백작의 충실한 하인, 드라큘라에게 저주를 내리는 사제, 흡혈요정, 피의 천사들은 극을 풍성하게 혹은 긴장감 넘치게 만들어 준다. 특히 붉은 의상을 걸친 피의 천사들이 보여주는 몸짓과 눈빛은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긴장감을 돌게 하는 힘이 있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또 다른 포인트를 살펴보자면 단연 음악을 꼽을 수 있다. 38개의 주옥 같은 노래들은 작품이 끝난 뒤에도 흥얼거리게끔 힘을 발휘한다. 음악은 클래식한 노래와 팝, 락을 넘나드는데 멀티트랙 MR로 더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역동적인 무대와 화려한 의상도 플러스 요인. 수시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무대 중앙 세트와 섬세한 배경은 음울하면서도 장대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배우들의 드레스는 화려해서 그것만으로도 볼거리를 연출한다. 또한 이번 공연은 체코어에서 독일어로 번역한 1차 텍스트를 다시 한번 번역하지 않고 체코의 원본 텍스트를 바로 번역해 원작에 충실한 [드라큘라]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배우의 힘 트리플 캐스팅으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드라큘라를 표현하고 있는 신성우, 이종혁, 신성록의 활약은 분명 이번 공연의 화제거리다. 하나의 대본과 노래라도 배우에 따라 어떻게 느낌이 달라지는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2000년 공연에 이어 세 번째 드라큘라 역을 맡은 신성우는 드라큘라의 전형을 보여주듯 존재감이 뚜렷하고 이종혁은 무대 위에서 좀 더 섬세한 연기를 펼쳐 인간적인 드라큘라를 표현한다. 25살의 신성록은 무대에서는 나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무게감과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세 배우들의 개성은 공연을 세 번 보게 할 정도로 각기 다른 드라큘라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드라큘라의 여인들, 아드리아나와 로레인을 연기하는 양소민과 윤공주도 주목 받고 있다. 윤소민은 아드리아나와 현대 시대의 산드라를 맡아 1인 2역을 소화했다. 조신하고 현모양처인 아드리아나와 폭주족인 산드라를 소화해내며, 클래식과 팝을 넘나들고 있다. 흡혈귀가 될 정도로 드라큘라를 사랑하는 로레인역을 맡은 윤공주는 이번 작품에서 배출한 걸출한 신인이다. 특히 ‘버림받은 나’ ‘드라큘라의 죽음’ 등을 부를 때 그의 가창력은 [뮤지컬 드라큘라]의 하이라이트를 빛내는데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스펙타클한 무대와 조명, 시공간을 초월한 슬픈 사랑,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색체와 클래식, 팝, 락을 넘나드는 뮤지컬 넘버로 무장했다. 막이 쳐지고 객석에서 일어날 때 이 중 하나는 감탄사가 되어 돌아온다. 6년만에 국내에 다시 선보이는 먼 유럽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사랑’이라는 공감대로 국내 관객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Musical [Dracula] 중 "Draculova smrt" ---------------------- 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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