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노&플로라] 아주 먼 옛날, 마지막 공룡과 꽃이 사랑을 했대

경계선. 그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려는 경계선에서 만났다. 한쪽은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추려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공룡. 한쪽은 이제 막 처음으로 피어난 꽃 한 송이. 그들의 만남은 별나지만 불가능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아 보인다. 오히려 혼자라는 외로움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이자 연인으로 무엇보다 잘 어울려보인다.

뮤지컬 [디노&플로라]는 멸종의 끝 마지막 남은 공룡과 이 땅에 처음으로 삐죽 솟아나온 꽃의 사랑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수 천만년 전, 사라져가는 먹이를 찾아 떠돌아 다니는 외로운 공룡 디노와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나타난 한 송이 꽃 플로라. 이들은 세상에 혼자라는 지독한 외로움을 끌어 안고 있다. 플로라는 밝고 명랑하다. 움직이지 못하지만 순진한데다 장난끼도 있는 꽃의 시조. 디노는 음울하다. 곧 사라져갈 운명을 어쩔 수 없이 표출한다.

플로라는 자신을 지나쳐 가는 발 달린 친구들과 한마디라도 대화를 하고 싶지만, 무시를 당할 뿐이다. 디노는 먹이인 키다리 나무를 찾아 떠돌아 다니지만, 함께 있던 종족도 사라지고 다른 동물들은 그에게 겁을 집어먹고 숨을 뿐이다. 외로운 이들에게 서로의 발견은 소중하고 기쁠 수밖에.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계속 될 수 있을까.

동화적인 상상력과 사랑, 희생이라는 감상적인 코드가 결합한 이 작품은, 꽃과 공룡이라는 주인공만으로도 흔하지 않은 작품임을 자부할 만 하다. 아주아주 오랜 먼 옛날의 예쁜 동화를 만난 거 같다.

자극적이지도, 놀랄만한 사건이 있지도 않지만 이들의 만남과 소소한 에피소드는 아름답다. 디노를 맡은 배우는 철제 구조물을 타고 다녀, ‘거대한’ 공룡임을 나타낸다. 관객들 머리속에는 디즈니 속의 순하고 착한 공룡이 저절로 머리에 그려진다. 플로라 역시 마찬가지. 숲속에 혼자 피어있는, 약하지만 예쁜 꽃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는 거 같다.

하지만 디노의 희생과 플로라와의 이별에 감정몰입이 되면서 눈물을 흘리기는 어렵다. 아기자기한 디즈니 만화를 보면서 감정 이입이돼 눈물 흘리기는 힘들듯.

백악기 시대의 ‘사색하는’ 공룡은 [그리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유린타운] 등의 서영주가 맡았다. 주로 철제 구조물 위에서 고공 연기를 펼친다. 그는 깊은 목소리로 사라져가는 존재를 묵직하게 표현한다. [드라큘라] [겨울나그네] 들의 히로인 양소민이 어여쁜 꽃, 플로라 역을 맡았다. 디노와 플로라 이외에도 모로, 치키, 버기, 디루 등 그 시대의 동물들이 의인화돼 등장한다. 김명희, 강선영, 장현덕, 최승렬 등이 등장한다.

멸종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그들의 이야기는 투명하게 그리는 [디노&플로라]. 따뜻한 동화같은 뮤지컬이 보고싶다면 추천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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