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부부 이야기] 황혼에 만난 마지막 사랑

‘늙어도 사랑하는 건 다를 바 없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에서 45년생 박동만과 43년생 이점순의 사랑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의 사랑은 때론 닭살이 돋을 정도로 곰살맞고, 때로는 서로에 깊은 신뢰가 눈물이 나도록 진지하다. 그들의 사랑이 젊은이들과의 그것과 다른 점은, 생애 마지막 사랑이라는 점. 박동만은 20년 전에, 이점순은 30년전에 배우자를 잃고 외롭게 살다, 겨우 마지막 동반자를 만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더 행복하고, 소중해 보인다. 따뜻한 봄날, 이 둘이 처음 만났을 때, 이점순은 팍팍한 욕쟁이 할머니였고, 박동만은 이 여사, 저 여사 집적거리는 할아버지였다. 그런 그 둘이 살가운 사랑을 시작했다. 더운 여름날 아침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언제나처럼 청국장에 오이김치 아침상을 준비하고, 할머니는 욕쟁이에서 부끄럼 많은 여성으로 변했다. 계절이 가고, 할아버지는 신혼여행 때 직접 운전을 하기 위해 운전면허 시험준비를 하고,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위해 스웨터를 뜬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할머니의 병으로 할아버지는 또 다시 혼자가 돼버리는 것. 모든 것을 함께 했던 이가 사라짐으로써 오는 공허함... 이 공허함과 상실감은 관객에게로 전염돼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혼자 남았을 때 가슴 아파하지 말라”는 할머니의 안타까운 걱정도 가슴 아리게 한다. 사랑에 대해 ‘늙어서 주책’이란 말처럼 잔인한 말도 없을 것. [늙은 부부 이야기] 첫사랑보다 아름다운 마지막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순재, 성병숙, 양택조, 사미자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무대를 빛낸다. 잔잔하지만 마지막에 관객의 가슴에 무게감 있는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 공연장에는 부부와 오랜 연인뿐만 아니라, 젊은 관객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어 이 작품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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