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트] 치열한 심리극 "당신은 확신할 수 있습니까?"

‘당신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 연극 [다우트]는 이와 같은 물음으로 시작한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흔들리다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의심’이라는 것은 잡초처럼 질기고 강해서, 사그라 들었다가도 다시 뻣뻣이 살아나 활개를 친다. 사람을 옭아매고 괴롭히지만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다우트(Doubt)’라는 제목대로 이 작품은 슬슬 살아나는 의심을 매개체로 인간의 본성과 나약함을 펼쳐놓는다. 의심은 카톨릭 사관학교 교장수녀로부터 시작된다. 깐깐하고 엄격한 엘로이셔스 원장수녀는 제임스 수녀의 말 한마디에 의심에 사로잡히고 만다. 플린신부가 어린 흑인 남학생을 ‘건드렸다’는 것. 의심에 의심을 거듭한 끝에 엘로이셔스 수녀는 플린신부를 추궁하지만, 그는 격렬하게 부인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이 연극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 조차 엘로이셔스 원장수녀의 의심이 정당한지, 아니면 괜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여러 정황을 끼어 맞춰도, 모르겠다. 사실 이 연극에서 헷갈리지 않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플린 신부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부인한다. 억울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엘로이셔스 수녀는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고, 갈팡질팡하는 제임스 수녀와 관객들은 과연 누가 억울한지 판단이 안 선다. 이 연극에서 확신이란 없다. 오히려 확신을 경멸하고 비웃는다. 그래서 연극이 끝날 때 까지고 결말은 열려 있고 판단은 관객이 알아서 해야 한다. 불친절하지만 여운이 오래갈 수 밖에 없다. 연극 [다우트]는 2005년 플리쳐상, 토니 상, 비평가 상 등을 휩쓸고 지금까지 뉴욕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앵콜 공연에 들어가며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벗어 내버릴 수 없는 의심을 매개체로 심리드라마가 짜임새 있게 엮여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일 것이다. 특히 배우 김혜자가 표현하는 엘로이셔스 수녀가 인상 깊다. 그녀는 따뜻한 이미지를 버리고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는 엄격하고 깐깐한 수녀 역을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게다가 마지막 ‘나도 모르겠다’며 자신의 의심을 또 다시 의심하는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갈등과 혼란을 담아낸다. 또한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는 제임스 수녀와 뭔가 석연치 않지만 억울할지도 모르는 플린신부 역할을 맡은 윤다경과 남명렬도 제 색깔을 찾아 표현한다. 의심은 확신보다 불편하고 어렵다. 이 편치 않은 갈등과 심리전이 연극 [다우트]에 녹아있다. 사실, 이 세상에 100% 확신이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품에 수긍하고 열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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