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동화] 어른을 위한 동화, 연인을 위한 러브스토리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도 이미 단단해져 버린 ‘어른’을 감동시키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 플롯이 단단하고 주제가 철학적이면서 속 깊으면 좀 더 효과적이겠지만, 용이하진 않다. 상상의 나라로 인도했던 동화도 이제 어른들에겐 유치하고 진부할 뿐이다. 그런데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연극이 요즘 대학로에서 뜨겁게 사랑 받고 있다. 대놓고 ‘동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사랑, 전쟁, 예술 광대가 줄거리를 나레이션을 해준다. 이 이야기를 만나면 관객들은 크게 박장대소하고, 어느새 멜랑콜리한 감성에 빠져드니 기특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연극 [환상동화]는 환상적인 러브스토리가 한 편의 동화처럼 진행된다. 동화 속에서 ‘옛날 옛적에’를 읊어주던 역할은 사랑, 전쟁, 예술 광대가 맡는다. 사랑과 전쟁, 예술에 관한 동화이기 때문이다. 배경은 치열한 전쟁 중, 그리고 한 쌍의 남녀가 등장한다. 묘하게도 피아니스트인 남자는 전쟁 중 소리를 잃고, 춤을 추는 여자는 눈을 잃는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할 수 있는 신체부위에 장애를 가지고 각자의 절망에 빠져있다. 그러던 그들이 한 아름다운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다. 남자는 듣지 못하고, 여자는 보지 못하지만 둘은 사랑에 빠진다. 차갑고 힘겨운 전쟁 속에서 말이다. 이 작품은 제목대로 ‘동화’다. 동화같이 진행되고, 동화처럼 막이 내린다. 하지만 마냥 환상속을 걷지는 않는 다는 점이 매력이다. 전쟁과 아름다운 카페가 공존하고, 차디찬 현실과 따뜻한 환상이 교차된다. 사랑, 전쟁, 예술, 세 명의 광대들은 이야기를 진행하다 때로는 극중 인물이 돼서 개입하거나 때로는 관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두 남녀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스럽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릴 때는 백이면 아홉이 이들 덕택이다. 남녀 주인공들은 액자 속의 인물처럼 피상적이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이야기 자체는 너무 단순하다 싶을 정도지만,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일어날 때 밀려드는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귀를 듣지 못하는 피아니스트와 눈이 안 보이는 발레리나가 만들어 내는 완벽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니... 이 작품이 연인들에게 선사하는 사랑의 환상은 후한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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