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 온 어 선데이] 사랑 많은 노처녀가 보내는 쌉쌀한 러브레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이후 우리나라는, 아니 세계는 때아닌 노처녀 열풍에 휩싸인 바있다.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일견 평범하다 싶은 그녀들에게 새삼스레 현미경을 들이 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는 구구절절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녀들의 고민, 행복, 좌절이 모두 일반 여성들의 그것이니까. 뮤지컬 [텔미 온 어 선데이]는 ‘싱글 여성의 사랑과 이별’이라는 과녁에 정조준하고 공감을 어필한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를 작곡한 세계적인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으로 여성 모노 뮤지컬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도시로 떠오른 뉴욕. 이곳이 [텔미 온 어 선데이]의 배경이다. 데니스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충격을 받고 새로운 삶을 위해 뉴욕으로 간다. 멋진 뉴요커가 돼서 남자친구도 사귀고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달콤하지만은 않다. 첫 번째 남자는 연예계 고위간부, 그를 통해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꿈꾸지만 결국 상처만을 받는다. 두 번째 남자는 7살이나 어린 사진작가다. 달콤하게 다가오는 그를 거부하지 못하고 또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슬그머니 마음이 식은 그가 말도 없이 떠나가자 또 다시 큰 실의에 빠진다. 세 번째 남자는 ‘완벽남’이다. 일적으로나 매너로나 완벽한 그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며 매정하게 그녀를 떠나버린다. 도대체 그녀의 인연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데니스가 남자들에게 상처받고 실의에 빠져 눈물을 흘릴 때마다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특히 20대 후반 이상의 싱글 여성은 동정을 넘어 함께 분노할 수도 있다. 좋다고 접근할 땐 언제고 사랑이 식자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리고, 결혼과 연애를 따로 하겠다는 남자도 등장하니 이는 비단 데니스만 격은 ‘사고’는 아닐터다. 하지만 데니스는 노래한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새로운 만남이 올거야”라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다음엔 헤어지는 내용으로 스토리의 신선함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시종 발랄하고 재치있으며, 배우의 열연과 주옥 같은 노래로 90분은 훌쩍 지나간다. 이번 작품에는 김선영, 바다, 정선아 3명의 여배우가 트리플 캐스팅되었다. 처음 시도되는 여성 모노 뮤지컬인 만큼 배우들에 대한 주목을 높았다. 세 명의 배우들은 연기 색깔이 많이 차이 난다. 김선영은 노처녀라는 설정에 가장 근접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지나 연출은 “가장 원작에 근접한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며 “연기와 노래가 완벽해 제일 먼저 손을 뗀 배우”라고 자랑했다. 4년만에 뮤지컬에 도전한 바다는 귀엽고 천방지축 싱글 여성을 연기한다. 특유의 감성과 아름다운 목소리가 빛나는 무대를 선보인다. 정선아는 당당하고 힘찬 무대를 선보인다. 노래와 연기에 에너지가 넘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텔미 온어 썬데이’. 이 작품에서는 ‘이별의 말은 일요일에 말해줘요’란 뜻으로 말한다. 아무런 예고 없이 차갑게 돌아서기 보다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배려해달라는 말이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노래가 여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게 이 작품의 백미다. 스산한 가을, 따뜻한 감성을 지닌 여성의 러브레터를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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